“문화재 지킨다는 이유로 건물을 폐쇄하는 건 종교탄압이다.”(성균관) “관리하기도 골치 아픈데 문화재 관리권을 포기하겠다.”(종로구)
서울 문묘일원 관리와 이용을 둘러싸고 법적 관리권이 있는 서울 종로구와 사용자인 성균관이 묘한 갈등을 빚고 있다. 서울문묘일원은 종로구 명륜동에 있는 문묘에 속한 시설로, 공자를 모신 대성전(大成殿)과 강학 공간인 명륜당(明倫堂)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1964년 사적 제143호로 지정됐다.
이번 갈등은 문묘 사용자인 성균관측이 그동안 시설을 사용하는데 불편한 점이 많았다며 문화재청에 관리권을 달라며 요구하면서 본격화했다. 성균관 관계자는 “수 백년 동안 대성전 등에 향을 피우고 제를 올리는 전통을 지켜왔는데 종로구가 숭례문 화재사건 이후 건물에 자물쇠를 항상 채워두고 있다”며 “이 때문에 고유례(告由禮) 등 유교 의식을 기형적으로 치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성균관 관계자는 또 “5월의 석전대제(釋奠大祭ㆍ중요무형문화재 제85호)도 파행을 겪게 된다면 문묘 관리권한을 이전하도록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문묘일원에 대한 관리책임은 현재 종로구에 있다.
매월 두 차례 지내는 고유례는 국가의 중요한 일을 공자에게 고하는 의식이고, 1년에 두 차례씩 치러지는 석전대제는 공자와 그 제자 등 명현 16위의 위패를 모시는 제사다.
이에 대해 종로구는 효율적인 문화재를 관리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면서 성균관의 요구를 내심 반기는 눈치다. 국보 1점과 보물 7점, 사적 9개소 등 63개에 이르는 국가ㆍ시지정 문화재 관리가 만만치 않은데다, 숭례문 화재 이후 3명이던 관리 인력을 42명으로 늘려야 했다.
앞서 종로구는 최근 문화재청에 서울문묘일원에 대한 관리단체 해제 요청서를 제출했다. 예산과 전문성 부족으로 문화재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 이번 기회에 관리권을 넘겨버리겠다는 속셈이다.
종로구 관계자는 “문화재(건물)와 토지에 대한 관리 주체가 각각 종로구와 성균관으로 이원화돼 순찰을 가더라도 성균관 측의 승인을 얻어야 하는 등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사고 발생시 서로 책임을 전가할 소지가 많아 최근 관리단체 해제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최근 문화재 관리권을 달라는 성균관측의 요구에 대해 관리의무는 종로구에 둔 채, 토지에 대해서만 성균관과 국유재산 관리위탁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처럼 국유재산을 민간단체에 위탁하는 것은 처음이다.
하지만 문화재청은 종로구의 관리단체 해제 요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전국 260여 시ㆍ군ㆍ구에서도 문화재관리 단체 해제 요청이 들어올 것을 우려하고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모든 문화재관리는 지자체가 맡도록 한 문화재보호법이 개정되기 전에는 문화재 관리단체 지정 해제를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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