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 일본 나고야에서 열렸던 영작문 관련 세계 학회에서의 일이다. 일본 대학생들이 영어로 에세이를 잘 쓰지 못하는 원인에 관한 토론에서 한 원어민이 이런 얘기를 했다.
“제가 가르치는 일본의 대학생들은 영어로 에세이를 잘 쓰지 못하는 것은 물론 일본어로 써보라고 해도 쓰지 못합니다. 말로 해보라고 해도 잘 못합니다. 결국, 이는 쓰기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사고력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그 말에 깊이 공감하며 한국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논리적 사고력과 비판적 사고력을 키워주지 못하는 학교 교육도 문제지만, 논술까지도 폭넓은 독서와 사고력을 바탕으로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학원에 나가 요령만 터득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이러한 교육 환경 속에서 과연 글로벌 리더를 양성할 수 있을지, 그리고 우리 학생들이 비판적 사고력을 갖추지 않은 채 미래 지식기반 사회를 성공적으로 살아갈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이번 칼럼에서는 최근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비판적 글읽기'에 대해 살펴보겠다.
한국의 영어 수업에서도 주제와 주제문 파악하기, 핵심 어구 파악하기, 글의 전개구조 파악하기, 주장을 뒷받침하는 내용 파악하기와 같은 ‘내용 이해를 위한 글읽기’ 활동은 다루고 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비판적 글읽기’ 활동이다. 이는 학교 영어 수업에서 제대로 다루지 않는 것으로, 읽은 내용을 분석하고 글쓴이의 메시지를 독자로서 재해석하는 다음과 같은 활동을 말한다.
1. 글은 사실을 말하는가, 글쓴이의 견해를 말하는가?
2. 견해를 말하는 것이라면 그 글은 견해를 잘 뒷받침하고 있는가, 아니면 너무 개괄적이지는 않는가?
3. 견해가 논리적이고 설득력이 있는가?
이러한 비판적 글읽기는 비판적 사고능력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비판적 글읽기는 자신이 읽을 내용을 자신의 지식과 세상의 상식에 비추어 평가하고 타당성을 숙고하는 활동이다. 예를 들면 '글이 어떻게 흘러가는가? 주장을 펴는 방식은 어떠한가? 근거가 충분한가? 어떤 논리로 결론을 이끌어 내는가?' 등의 질문에 대해 스스로 답을 찾으면서 글을 읽는 것을 말한다.
그동안 한국의 영어 수업에서 읽기란 '번역’ 혹은 ‘내용 이해를 위한 글읽기’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창의력과 비판적 사고, 훌륭한 논술문을 쓸 수 있는 고등 정신능력이 요구되는 오늘날에는 비판적 글읽기 능력이 매우 중요해졌다.
앞으로 읽기 학습을 할 때는 다음의 ‘비판적 글읽기 7가지 요소’를 적극적으로 적용해보기 바란다. 읽기 학습이 잘 되어야 영어 논술이든 우리말 논술이든 잘 쓸 수 있다.
영어로 쓰인 글의 내용이라면 무엇이든 진리처럼 받아들이는 한국의 영어독해학습 방식으로는 학생들이 자신만의 생각과 논리를 갖기 어렵다. 21세기 영어 교육에서 중요성을 더해가는 비판적 글읽기가 한국의 영어 교육 환경에서도 하루빨리 강화되고 자리 잡아가기를 기대한다.
■ 비판적 글읽기 7가지 요소
1. 정독하기 전에 대충의 내용 파악하기
2. 글이 쓰인 상황 속에서 이해하기
3. 내용에 대해 질문하기
4. 자신의 신념이나 가치와 다른 부분 생각해보기
5. 글의 대강의 구조와 요점 파악하기
6. 글쓴이의 주장을 평가하기
7. 유사한 내용의 글을 비교 및 대조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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