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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전사' 北風에 발만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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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전사' 北風에 발만동동

입력
2008.03.26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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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에서는 서로 한치의 양보도 없었다. 그러나 파울로 상대가 넘어졌을 때는 손을 내밀어 일으켜 주거나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동포애를 나눴다. 그라운드 밖에서는 경기장을 가득 메운 2만여명의 남북 응원단이 태극기와 인공기를 흔들며 열기를 돋궜다.

대회 개최지를 둘러싸고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15년만의 월드컵예선 남북축구 대결에서 양팀이 사이 좋게 비겼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26일 오후 8시 중국 상하이 훙커우 스타디움에서 열린 북한과의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3조 2차전에서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1차전 투르크메니스탄전에서 4-0 대승을 거뒀던 한국은 1승1무를 기록, 나란히 1승1무를 기록한 북한과 동률을 이뤘지만 골득실차에서 앞서 조 선두를 달렸다.

한국은 93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미국월드컵 최종 예선(3-0) 승리 후 15년 만에 승리를 노렸지만 무승부를 기록하면서 A매치 상대전적에서 11전 5승5무1패가 됐다. 한국 대표팀은 5월31일 요르단과 3차전 홈 경기를 갖는다.

4-3-3 포메이션 카드를 꺼낸 허정무 감독은 조재진(전북)을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배치하고 좌우 측면 공격수로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설기현(풀럼)을 선발로 내세워 북한 문전을 공략했다. 박주영(서울)은 처진 스트라이커 겸 공격형 미드필더로 투입됐다. 북한은 정대세와 세르비아리그에서 뛰는 홍영조, 문인국 등 주전 공격수들이 선발 라인업에 포함됐다.

한국이 전반적으로 경기를 끌고 갔고 북한은 역습으로 맞불을 놓는 양상으로 전개됐다. 그러나 라이벌전을 너무 의식한 탓인지 양팀 모두 경기내용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전반 13분 박지성이 왼쪽에서 수비수 2명을 달고 폭발적인 돌파를 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한국의 주장 완장을 찬 김남일은 24분 부상을 당해 김두현(웨스트브로미치)과 교체됐다. 한국은 주도권을 쥐고서도 유효슈팅 하나 없이 전반을 마쳤다.

한국은 후반 시작과 함께 조재진 대신 ‘북한킬러’ 염기훈(울산)을 교체 투입하며 분위기 반전을 꾀했다. 16분에는 김두현이 아크 정면에서 오른발 강슛을 날렸지만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전반과 달리 공격적으로 나선 북한은 21분 정대세가 한국 문전에서 최종 수비수와 맞서는 완벽한 기회를 잡았지만 수비수 몸 맞고 아웃됐다.

한국은 31분 염기훈이 골에어리어 오른쪽에서 살짝 찍어준 볼을 박주영이 헤딩슛 했지만 크로스바를 살짝 빗나갔고, 2분 뒤에는 박지성이 문전에 있는 염기훈에게 절묘한 패스를 했지만 수비수가 먼저 걷어 내면서 관중들의 아쉬운 탄성을 자아냈다. 한국은 파상공세를 퍼부었지만 북한의 두터운 수비벽을 끝내 뚫지 못했다.

한편 박지성 이영표 설기현 김두현 등 ‘해외파’ 태극 전사들은 27일 오전 상하이를 떠나 각자의 소속팀에 복귀한다.

상하이(중국)=김정민 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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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팀 감독의 말

"조직력이 허술했다"

▲허정무 한국 감독=아쉬운 경기였다. 전반에 당황한 탓인지 조직적으로 잘 맞지 않았다. 후반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쳤지만 전방에서 해결해주지 못했고 미드필드에서도 볼 배급이 원활하지 못했다. 조재진과 박주영을 함께 투입했는데 둘이 잘 어울리지 못했고 둘의 자리가 겹쳐 조재진을 교체했다. 후반 설기현 대신 한태유를 투입한 것은 그의 중거리 슈팅력을 활용하자는 의도였다. 극단적인 수비 중심 전술을 펼치는 북한의 미드필드 중간과 수비 뒷공간을 파고 들려 했는데 패스 연결이 잘 안돼 뜻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박지성은 하루 전에 합류해 피로한 상태여서 정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공수 조화 잘됐다"

▲김정훈 북한 감독=선수들이 공격과 수비에서 조화를 잘 이뤄 비교적 잘한 것 같다. 4개월 동안 훈련했고, 2월 요르단과의 1차전과 동아시아대회를 통해 경험을 쌓았는데 이전 경기에 비해 공격 전환이 잘됐다. 한국에 해외파 4명이 보강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우리 선수들이 각자 전술적 몫을 잘해줘서 좋은 경기를 했다. 정대세는 스피드와 기술이 좋은 선수지만 24일 경기를 뛰고 왔기 때문에 피곤한 상태여서 자기 능력 만큼의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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