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내부 권력투쟁이 넘어온 것인가…통합민주당도 세력간 대립의 파열음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 여권 분열의 호기를 활용하지 못하고 손학규 대표와 김대중(DJ) 전 대통령측, 손 대표와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 사이에 적대적 갈등이 표면화하고 있다.
당장 공천을 놓고 DJ측과 손 대표간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손 대표가 25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국가원로가 선거에 직접 개입하지 않아야 한다"고 DJ의 총선 영향력을 차단하고 나서자 목포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박지원 전 비서실장이 '신의 없는 사람의 예의 없는 말'이라는 식으로 맞받아쳤다.
박 전 비서실장은 26일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선거운동을 하고, 안 하고는 김 전 대통령이 결정할 문제이지 공천도 안 준 신의 없는 민주당에서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광주 북갑에 무소속 출마하는 한화갑 전 대표도 "지금 민주당의 주인 노릇을 하는 분은 정체성이 없는 한나라당 사람이라 전통 지지자들이 표를 줄 수 없다"고 비난했다.
손 대표와 정 전 장관측도 감정적 골이 깊게 패여 있다. 정 전 장관은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보다 더 처지가 처량하게 될 정도로 공천에서 자파가 박멸되다시피 했다.
때문에 서울에서 쌍끌이 바람몰이를 하자는 협력기조가 이미 물 건너간 분위기다. 이는 총선 후 3개월 내 치러질 전당대회에서 당의 정체성과 리더십을 놓고 격렬한 싸움이 벌어질 것을 예고해주고 있다.
비례대표 공천 후폭풍도 여전하다. 24번을 받은 정대철 고문의 아들 호준씨는 이날 "손 대표와 강금실 최고위원이 중구에 정범구 전 의원을 전략공천 하는 대신 당선 안정권에 배치하겠다는 제안을 해 공들여온 지역구를 양보했으나 지켜지지 않았다"며 후보직을 사퇴했다.
윤원호 의원도 당내 여성인사들이 20번안에 한명도 들어가지 못한데 대해 기자회견을 갖고 "득어망전(得魚忘筌ㆍ고기를 잡은 뒤 그물을 버린다)하는 손 대표는 공천기준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손 대표가 이날 오전 국회에서 비례대표 후보와 조찬 간담회를 가졌지만 후보 40명 중 절반 정도만 참석, 썰렁했다.
시민사회세력도 속으로 들끓고 있다. 공천에서 배제된 것은 물론이고 18일의 방송통신위원 추천에 대해서도 불만이 큰 상태다. 언론ㆍ시민사회단체는 손 대표가 자신들의 의사를 반영해주겠다고 하고서 실제 정체성이 모호한 인사들을 택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민주당의 갈등은 한나라당처럼 폭발하지는 않았지만 속으로 곪은 양상이어서 선거운동이나 총선 쟁점 만들기에서 동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이는 총선 후 손 대표의 정체성을 놓고 본질적인 쟁투가 벌어질 것임을 예고해주고 있다.
박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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