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의 평가가 야속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묵묵히 멀리 보시기 바랍니다. ”
가히 ‘증시권력’으로 일컬어지는 미래에셋그룹 박현주(50ㆍ사진) 회장이 최근 펀드수익률 저조 등으로 인한 내외부 동요 수습에 나섰다.
미래에셋은 25일 박 회장이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를 전격 공개했다. 대외노출을 꺼리는 박 회장의 평소 행보를 감안할 때 매우 이례적이다. 해외출장 중 쓴 이 편지에는 2010년부터 자신이 받는 배당금 전부를 글로벌 인재양성에 쏟아 붓겠다는 계획과 함께, 최근 저조한 펀드수익률의 원인인 중국 등 신흥시장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증권업계에선 “미래에셋이 최근 중국 증시 부진으로 펀드수익률이 급락하자, 투자자들의 환매 움직임 등을 우려해 박 회장의 서신을 공개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우선 박 회장은 편지에서 “사회공헌 차원에서 2010년부터 (제가 받는) 배당금 전액을 포함, 10년간 3,000억원을 글로벌 투자전문가 양성과 해외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또 “회사가 더 성장하면 다른 차원의 기부운동을 펼쳐보고 싶다”며 “향후 추가적으로 진행되는 일들은 저의 사재를 통해서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이 같은 재원확충을 통해 작년부터 시작한 해외 교환장학생의 규모를 매년 100명에서 500명으로 5배 이상 늘리기로 했다. 또 국내외 우수학생을 선발해 금융선진국에서의 학사, 석사 과정의 전 비용을 지원하는 글로벌 투자전문가 양성 프로그램도 10년간 300명까지 지원한다.
박 회장은 현재 미래에셋자산운용 지분의 65.22%,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 지분의 79.81%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작년(2006회계연도)에만 약 180억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박 회장은 최근 시장상황과 관련, 한때 자신도 겁이 나고 흔들렸음을 고백했다. 그는 “단기적 평가지표를 그리 중요시하지 않는 나도 10년 만에 처음으로 단기적 변동성에 생각할 정도였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중국 A시장은 주가수익비율(PER)이 25배 수준으로 하락해 기업 이익성장률을 고려하면 대단히 매력적인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며 “중국시장을 IT버블 등으로 묘사하는 것은 좁은 시야를 벗어나지 못한 것”이라고 특유의 낙관론을 견지했다.
그는 이어 “미래에셋은 장기 트렌드가 훼손되지 않는다면 10~20%의 시장변동에 담담하게 대처하곤 했다”며 “이것이 미래에셋의 철학이고 성공방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1960년대 세계경제의 축이 유럽에서 신흥시장이었던 미국과 일본으로 넘어왔듯이 지금의 경제위기는 미국에서 친디아(중국+인도), 브릭스(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지역으로 경제의 축과 힘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하나의 난기류로 이해하라”고 조언했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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