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1억 6,000만명의 핵보유국 파키스탄의 제27대 총리에 25일 공식 취임한 유수프 라자 길라니(56ㆍ사진) 총리는 지난해 말 폭발 사고로 사망한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 가문과 정치적 운명을 함께 해왔다.
부토 전 총리의 남편인 아시프 자르다리가 공동 의장으로 있는 파키스탄인민당(PPP)의 부의장으로, 전날 하원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총리로 선출된 데 이어 이날 적대관계에 있는 페르베즈 무샤랴프 대통령의 형식적 승인을 거쳐 총리에 취임했다.
파키스탄 펀자브주의 명문가에서 태어난 그는 부토 전 총리가 집권하던 1990년대에 장관과 국회의장을 지냈으며, 무샤라프 대통령 집권기에 반정부 입장을 견지하다가 2001년부터 4년 여 동안 수감되기도 했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이 같은 경력을 근거로 길라니 총리가 무샤라프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하거나 그를 퇴진시킬 적임자라고 보도했다.
실제로 길라니 총리는 이날 무샤라프 대통령에 의해 해임돼 4개월째 가택 연금 상태에 있던 이프티카르 초드리 전 대법원장의 석방을 지시했다. 초드리 전 대법원장은 지난해 11월 무샤라프 대통령의 대선 당선 자격에 대한 공정한 재판을 공언하다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무샤라프 대통령에 의해 대법원장직을 박탈당했다.
초드리 전 대법원장과 함께 해임된 판사 60여명은 복직 후 무샤라프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하는 법안 마련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길라니 총리는 유엔 주도의 부토 전 총리 사망에 대한 재조사도 약속했다.
알 카에다 등 테러단체에 대한 대응을 놓고 무샤라프 대통령과 보조를 맞춰온 미 정부는 길라니 총리의 의중을 파악하기 위해 존 네그로폰테 국무부 부장관을 파키스탄에 급파했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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