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가 기미가요(君が代)의 기립 제창 반대 운동을 하는 네즈 기미코(根津公子ㆍ57ㆍ여) 교사는 24일 도쿄(東京)도 하치오지(八王子)시 도립 미나미오사와가쿠엔(南大澤學園) 양호학교 졸업식장에서도 기미가요가 울려 퍼질 때 일어서지 않았다. 군국주의의 상징물 같은 이 노래를 기립해서 제창케 하는 데 반대했기 때문이다.
2003년 10월 도쿄도 교육위원회가 '국가는 기립해서 제창해야 하며 이에 근거해 교장이 발령한 직무 명령을 위반하면 근무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통지를 도내 모든 학교에 내려보낸 뒤 이에 반대한 교사가 지난해까지 약 390명. 모두 주의나 경고, 감봉, 정직 등의 징계를 받았다.
네즈 교사도 1994년 하치오지시 시립 이시가와(石川) 중학교에서 교장이 게양한 일장기를 내렸다는 이유로 감봉 처분 받은 것을 시작으로 수 차례 징계를 당했다. 징계의 강도는 회를 거듭할수록 세졌고 지난해에는 파면을 제외하고는 가장 무거운 '무급 정직 6개월'을 받았다.
교육위원회는 "정직 6개월 다음의 징계는 없다"고 공언한 상태다. 한번 더 기립하지 않으면 네즈 교사는 기미가요 제창 반대로 파면되는 첫 교사가 될 가능성이 크다.
24일 오전 7시 30분 졸업식에 맞춰 교문을 들어서는 네즈 교사는 소감을 묻는 도쿄신문 기자에게 "각오는 했지만 '앞으로 3개월' '드디어 1주일' 하는 식으로 사망선고를 받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며 "학생을 가르칠 수 없게 되는 것은 괴로운 일이지만 지금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점점 아무 말도 하지 않는 학교가 될 것"이라고 다짐하듯 말했다.
마지막 졸업식 참석이 될지 모를 네즈 교사를 응원하기 위해 '네즈 선생을 해고하지 마세요'라고 쓴 우산을 들고 정문 앞에 기다린 지원자들은 그를 보자 "다녀오세요" 하고 응원했다.
네즈 교사처럼 처분을 당한 교사들은 교육위원회의 통지에 대해 위헌 소송을 냈는데 2006년 9월 1심 판결에서는 '사상ㆍ양심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어 위헌'이라는 결정이 내려졌다. 지난달에도 기미가요 제창 때 기립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재고용하지 않는 것은 위법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네즈 교사는 "일장기와 기미가요는 역사적인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의견이 있어도 좋다"며 "문제는 이런 논란이 있다는 사실을 학생들에게 가르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6월 한국에서 '국기에 대한 맹세' 수정 작업이 진행되고 있을 때 '국기에 대한 맹세와 경례의 법제화에 반대한다'는 항의문을 교육부에 보내기도 했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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