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주의를 표방한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24일 국토해양부 업무보고를 통해 나타난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큰 틀은 ‘필요한 곳에 공급을 늘린다’는 실용적 공급 확대와 이를 실천하기 위한 부동산 규제 완화가 핵심이다.
재개발, 재건축에 대한 규제 완화와 도심 및 역세권의 고밀도 개발 등을 통해 수요가 있는 곳에 주택과 용지를 지속적으로 공급해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것이다. 과거 참여정부처럼 버블세븐 등에 대한 규제는 오히려 희소성만 높여 강남 등 블루칩의 가격을 더욱 끌어올린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정작 시장은 정부의 ‘공급 확대’보다는 ‘규제 완화’에 더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벌써부터 일부지역의 집값과 지가가 불안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토해양부도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규제 완화 일변도로 가는 것처럼 시장에 비춰지자 서둘러 수습에 나서고 있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25일 기자간담회에서 “불필요한 규제는 완화해 공급을 확대하되 불로소득은 철저히 환수해 집값 상승은 반드시 막겠다”고 밝혔다. ‘규제 완화’와 ‘집값 안정’이라는 병립하기 어려운 과제를 어떻게 풀어갈 지가 정부가 안고 있는 숙제다.
■ 술렁이는 토지와 재건축
국토부는 업무보고에서 주거ㆍ상업ㆍ공장용지로 활용되는 도시용지를 현행 6.2%에서 2020년까지 9.2%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총 면적이 3,000㎢로 서울의 5배에 달하는 토지를 개발용지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토지시장에서 지가 상승 기대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개발이 묶인 관리ㆍ농림지역에 대한 투자가 활발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수도권 규제완화 기대감에 도시용지 확대책까지 발표되면서 토지 시장이 다시 들썩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대통령이 “재건축을 하면 복잡한 면도 있지만 그래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한 데 대해서도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개발이익환수제도를 전제로 한 이야기지만 그간 소형평형의무비율 등 각종 규제로 하락세를 보여온 강남 재건축 아파트값이 다시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C공인중개소 이모(51) 대표는 “이 대통령의 발언 이후 급매물을 내놓았던 집 주인들이 좀 더 기다려보자면 매물을 회수하고 있다”며 “재건축 규제 완화로 용적률이 올라가면 투자수익이 늘어나 재건축 아파트가 다시 폭등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형평성 논란도 일어
신혼부부를 위한 특별 주택공급 정책도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무주택기간과 청약통장 가입기간이 오래되고 부양가족이 많을수록 혜택을 많이 주는 청약가점제와는 정면 배치되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5년 이내 한 자녀를 가진 신혼부부의 경우 청약가점은 최대 30점 내외다. 하지만 송파신도시나 광교신도시의 경우 예상 당첨가점은 최소 50점 이상이다. 만약 인기지역에서 신혼부부에게 특별물량을 우선 배정한다면 ‘형평성 논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특히 내 집 마련이 시급한 결혼 6~10년차 무주택자들은 또 다른 피해자가 될 공산이 크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재건축ㆍ재개발 규제완화 계획은 개발이익 환수방안을 유지한 채 단계적으로 진행할 것이며, 토지 투기에 대해서도 강력하게 대처할 계획”이라며 “부동산 규제 완화가 시장의 불안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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