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에서 전사한 미군이 23일 4,000명을 넘어서면서 희생된 미국의 젊은이들이 남긴 블로그나 이 메일 등이 보는 이의 마음을 더욱 비통하게 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사랑하는 사람과 연결돼 있던 이들이 전사하기 전에 쓴 글에는 치가 떨리는 전쟁의 절망, 공포감과 함께 가족을 향한 그리움과 애틋함이 절절하게 배어 있다.
24일 뉴욕타임스가 공개한 후안 캠포스 중사의 블로그 글에는 자신의 운명을 예견하기라도 한 듯“보병의 삶은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캠포스 중사는 아내에게 보낸 이 메일에서 “동료 전우를 위해 용감해지려고 하지만 언제까지 그런 생각을 간직할 수 있을 지는 모르겠다”면서 “전투를 위해 출동하면 늘 조그만 소리도 우리를 기겁하게 만든다”고 적었다.
아내에게 “이라크에서 벗어나 당신에게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며 나의 유일한 목적은 돌아가 당신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라고 했던 캠포스 중위는 지난해 바그다드 안정화 작전에 투입됐다가 목숨을 잃었다.
2007년 1월 도로에 매설된 폭탄이 터져 숨진 라이언 힐 이병은 2006년 1월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두 명의 위대한 동료가 떠나갔고 나는 일생에서 이처럼 울부짖어 본 적이 없다”면서 “매일 밤 다시 내일을 맞을 수 있게 되는 축복을 손꼽아 보지만 내가 왜 이 지옥에 와 있는지 모르겠다”고 죽음에 대한 공포감을 숨기지 않았다.
다니엘 고메즈 상병은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기 전에는 읽어보지 말라’는 편지를 아내에게 남겼으나 그 편지는 2007년 7월 결국 개봉되고 말았다. 고메즈 상병은 편지에 “당신이 편지를 읽고 있다면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라며 “당신에게 돌아가겠다고 했지만 그것은 지킬 수 없는 약속이었던 것 같다”고 썼다.
고메즈 상병은 “편지를 쓰면서 울음을 멈출 수가 없지만 마지막으로 당신에게 얘기를 해야 할 것이 있다”며 “당신을 사랑하며 당신을 만나기 전부터 이미 당신을 사랑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메즈 상병은 “부디 행복하게 가족들 돌보고 아이들이 올곧게 자라도록 가르치면서 신념을 가지기를 바란다”면서 “키스와 함께 안녕”이라고 편지를 끝맺고 있다.
제리 킹 상병은 자신이 인터넷에 만든 저널에 “최근의 임무는 바그다드 북부의 알 카에다 요새에 공중강습 저격공격을 가하는 것이었다”면서 “헬리콥터에서 내리자마자 야간투시경이 파손됐고 아랍어로 소리치는 소리와 함께 포탄, 자동화기 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졌으며 지형은 우리가 사전에 브리핑 받은 것과는 전혀 딴판이었다”고 말해 이라크에서의 전투수행에 따르는 어려움을 기록으로 남겼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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