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막장’이란 말이 있다. 인생의 밑바닥에서 조금의 희망도 보이지 않는 상태를 이른다. 본래 막장은 갱도의 맨 안쪽 끝부분을 뜻한다. 구멍을 파 들어가면서 갱도를 받치고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언제 깔려 죽을지 모르는’ 가장 위험한 곳이다. KBS1TV <다큐멘터리 3일-태백에서 광부를 만나다> (27일 오후 10시)가 지난해 10월 폐광예비신청을 한 강원도 태백 한보 광업소 광부들의 희로애락을 담았다. 다큐멘터리>
탄광은 ‘갑 을 병’ 3교대로 24시간 작업을 한다. 오전7시30분, ‘갑’반이 인차(광부를 실어 나르는 기차)를 세 번 갈아타고 지하 700m 수직하강 한다. 후텁지근하고 비좁은 갱 안에서 이들은 꼬박 8시간을 일한다. 자정부터 아침까지 근무하는 ‘병’반은 졸음과의 전쟁도 치러야 한다. 박병윤씨는 “힘들어 죽겠지. 땀나고 위험하고. 죽지 못해 하지”라며 탄광 생활을 갈음한다. 23년째 탄광 생활 중인 이효석씨는 “폐광 되는 그날까지 다친 사람이 없길 바란다”는 광부의 소망을 전한다.
탄광엔 채탄 일을 하는 광부들 외에 숨은 근로자들도 있다. 광차 바닥에 붙은 석탄을 청소하는 선탄 작업반, 채탄한 석탄을 검사하는 검탄반, 광부들의 안전을 책임진 선로보수반, 작업복 세탁반까지. 이들을 포함한 한보 광업소 근로자는 총 400여명에 이른다.
하루하루가 여전히 살얼음이라는 이들에겐 ‘막장의 위험’보다 ‘실업의 위기’가 더 큰 두려움이다. 젊은 광부들은 탄광 근무가 끝나면 곧바로 주유소 아르바이트를 할 정도로 벌써부터 생계의 위협을 받고 있다. 이기수씨는 “이 나이에 광산에서 벌어먹는 것이 고마울 뿐”이라며 막막한 심정을 가슴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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