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찍하다. 언뜻 보면 액세서리 같기도 하다. 외관이 커다란 귀와 동그란 머리를 가진 만화 주인공 '미키마우스'와 닮았기 때문이다. 바로 국내 중소기업 레인콤이 내놓은 MP3 플레이어 '엠플레이어'다.
이 제품은 올해 세계 최고 디자인상으로 꼽히는 레드닷 디자인상과 iF디자인상, 일본 굿디자인상을 모두 석권하며 세계 디자인계를 놀라게 했다. 수상 비결은 기계 형태를 벗어나 목걸이를 연상케 하는 파격적인 디자인이었다.
레인콤의 동영상 재생기 '클릭스'도 지난해 iF디자인상, 국제디자인상, 일본 굿디자인상 등을 줄줄이 받았다. 클릭스 역시 버튼 하나 없이 매끈한 표면이 비누를 닮았다.
레인콤이 국제 디자인상을 연거푸 수상하며 세계 디자인계의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레인콤을 세계 디자인계의 강자로 떠오르게 만든 주인공은 유영규(사진) 레인콤 디자인총괄이사다.
그의 경력은 화려하다. 1997년 제주대 산업디자인학과를 졸업한 후 삼성전자 디자인연구소와 LG전자 MC디자인연구소의 수석디자이너, 모토로라코리아와 미국 나이키 본사에서 선임 디자이너로 일했다.
그 동안 '와인폰'(LG전자) 'A100'(삼성전자) 등 인기 휴대폰을 디자인했고, 종합 패션브랜드를 지향하는 나이키에서는 시계를 디자인하는 유일한 동양 디자이너로 이름을 떨쳤다. 특히 휘어지는 액정화면(LCD)을 도입해 디자인한 나이키의 손목시계 'Vapor300'은 전 세계적으로 12만대가 팔렸다.
그가 이런 유명세를 뒤로 하고 중소기업에 합류한 이유는 종합 디자인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단순한 제품 디자인에서 벗어나 포장, 광고, 상품점 진열대까지 제품에 관련된 모든 것을 일관된 디자인 개념으로 가져가겠다는 것이다. 세계 디자인상을 휩쓴 '엠플레이어'가 대표적이다.
그는 "나이키에서 종합 디자인의 경험을 할 수 있었다"며 "국내 기업들은 제품이나 포장 등 한 분야에만 집중하고 종합 디자이너를 키우지 않기 때문에 나이키나 애플처럼 조화로운 디자인이 발전하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유 이사는 특히 "주변환경과의 조화"를 중시한다. 그는 "제품이 혼자 튀어서는 절대 성공하지 못한다"며 "사람이나 거주환경 등과 잘 어울리는 디자인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디자인 이기주의'를 경계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유 이사는 "너무 요란한 디자인은 사람을 질리게 만든다"며 "서로 튀려고 경쟁하는 국내 간판이나 가로등 등을 보면 주변 환경과 너무 안 어울려 보기 흉하다"고 지적했다.
유 이사는 앞으로 레인콤에서 단순하면서도 소유의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제품을 디자인하는 것이 목표다.
최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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