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예상한 패배였지만 아쉬움을 지우기는 힘들었다. 또 다시 준우승. 한 경기도 따내지 못하고 3연패로 우승컵을 내준 삼성생명 정덕화 감독은 앞만 보고 달려왔던 지난 5개월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선수들 모두 최선을 다했고 좋은 경기를 했어요. 그런데 상대가 너무 강했습니다.”
1998년 여름리그부터 이번까지 18시즌. 실업농구 시절(동방생명)부터 최고 명문을 자부해왔던 삼성생명은 챔피언결정전에 무려 12번이나 진출했다. 그러나 삼성생명은 챔프전에서 유독 약했다. 운도 따라주지 않았다. 2002년부터는 8번의 챔프전에서 단 한 번밖에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중요한 순간마다 팀의 조타수인 이미선의 무릎 십자 인대가 끊어졌고, ‘괴물용병’ 타미카 캐칭(전 우리은행)이 등장해 삼성생명의 우승 야망을 꺾었다.
하지만 이 모든 순간을 함께 한 박정은(31)과 변연하(28)는 여전히 씩씩했다. 올시즌 마지막 경기가 된 23일 신한은행과의 3차전에서 3점슛 6개를 모두 실패한 변연하는 뒤풀이 자리에서 시원스레 맥주를 들이켜며 “3점만 득점인가요. 저 돌파도 했고 자유투도 많이 넣었어요”라며 밝게 웃었다. 아쉬움으로 가득한 동생들을 다독이던 박정은도 연방 술잔을 부딪치며 다음 시즌을 기약했다.
이미선이 100% 컨디션으로 팀 전력에 복귀하고 노장 이종애(33)가 은퇴를 미루기로 결정한 삼성생명은 다음 시즌 전망이 밝다. 그래서인지 그들의 표정은 어둡지 않았다. 5개월간의 마라톤을 끝내고 즐긴 ‘음주가무의 밤’은 그렇게 깊어 갔다.
허재원 기자 hooa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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