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단돈 1,000원의 보험료만 내는 상해ㆍ질병 보험상품이 나오면, 파지(破紙)를 모으는 옆집 할머니도 보험에 가입할 수 있을 텐데.
신용등급 9~10등급의 빈곤층에게도 연 이자 2~4%로 돈을 빌려주는 은행이 있다면, 뒷집 아저씨는 연 49%의 이자를 치르고 대부업체 문을 두드리지 않아도 될 텐데.
저소득층의 이 같은 기대를 안고 27일 휴면예금관리재단이 닻을 올린다. 은행ㆍ보험ㆍ저축은행 업계에서 잠자고 있는 휴면예금과 휴면보험금을 종잣돈으로 서민 금융지원 사업을 펼칠 법인이다. 출범과 함께 이사진이 꾸려지고, 4월 중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수립해 5~6월쯤에는 대출ㆍ지원사업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예상되는 운용금액은 2,000억~3,000억원대. 비정부기구(NGO)들이 기부금 등을 받아 운용해왔던 마이크로 크레딧(소액신용대출ㆍMicro credit) 사업자금에 비하면 어마어마한 규모다.
재단이 수행하게 될 사업은 3가지 정도. 첫째는 마이크로 크레딧 사업. 담보도 없고 신용능력도 취약한 저소득층에게 낮은 금리로 담보 없이 창업ㆍ취업 자금을 빌려준다. 금융채무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들에게도 신용회복을 위해 돈을 빌려줄 예정이다.
두번째는 마이크로 인슈어런스(Micro insuranceㆍ소액보험) 사업. 국내 최초로 도입되는 것으로 특히 기대가 크다. 마이크로 인슈어런스란 빈곤층들에게도 보험의 혜택을 주자는 취지인데, 해외에선 알리안츠 푸르덴셜 AIG 등 세계 굴지의 보험사들이 이미 자발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알리안츠가 인도에서 실시하고 있는 마이크로 인슈어런스는 1년에 1달러씩을 내면, 5년 후부터 질병ㆍ사망ㆍ장례비 등으로 340~350달러를 보장해준다.
세번째는 서민금융을 담당하는 금융회사가 긴급자금이 필요할 때 지원을 해주는 것. 그러나 휴면예금관리재단의 원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많아 시행여부는 불확실한 상태다.
금융 소외자들에게도 금융혜택을 주는 것인 만큼 재단발족에 기대가 크지만, 그만큼 우려도 높다.
일단 재원의 뿌리가 튼튼하지 않다. 사업재원은 금융회사의 잠자는 돈인데, 만약 예금주가 휴면자산을 돌려 받기 원하면 재단측은 바로 돌려줘야 한다.
이 때문에 전체 자금의 25%만 운용할 것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휴면예금은 지난해 6월 8,000억원대에 이르렀다가 절반이상 주인에게 돌아갔다.
사업 주체도 문제다. 마이크로 크레딧의 경우 일단 '신나는 조합''사회연대은행'처럼 이미 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민간단체에 위탁 운용할 가능성이 높은데, 마이크로 인슈어런스는 처음 도입되는 것이라 사업주체 선정이 마땅치 않다.
사회연대은행 임은의 간사는 "보험설계사 등만 보험상품을 팔 수 있도록 돼 있기 때문에 법 개정을 하지 않으면 NGO에서 사업을 수행할 수가 없다"며 "그렇다고 일반 보험사에 위탁 운용할 경우, 제대로 된 사업이 이루어질 지 미지수"라고 우려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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