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민주당의 총선구도에 비상이 걸렸다. 한나라당의 내홍 등 호기를 맞았음에도 이를 즐기기엔 상황이 녹록치 않은 것이다. 호남 텃밭은 김대중 전 대통령(DJ)과의 대립이란 난감한 구도가 형성됐고 충청권은 쇄신공천의 후유증으로 수성은 고사하고 설 자리마저 찾기가 힘겹다.
더욱이 승부처인 수도권은 대표주자들의 고전에다 ‘박재승 발(發) 개혁공천’에 따른 인물난이 겹치는 등 난제가 첩첩산중이다. 이러다 보니 이명박 정부의 조각 파동, 대운하 논란 등 공격 소재가 즐비함에도 표심으로 연결시키지 못하는 형국이다.
당장 호남의 31개 지역구 중 민주당 공천 탈락자가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지역이 벌써 10여 곳. DJ측 박지원 전 비서실장이 전남 목포에서 민주당 후보인 정영식 전 목포시장과 일전을 겨루고, 이상열 의원도 무소속으로 나와 치열한 3파전이 예고된다.
김홍업 의원도 이날 전남 무안ㆍ신안에서 무소속 출마를 선언해 황호순 전 당 사무부총장과 맞붙게 됐다. 호남 석권전략에 DJ 측이 장애물로 떠오른 셈이다.
유력 낙천 인사의 무더기 무소속 출마도 심상치 않다. 지역기반이 탄탄한 강운태 전 내무부 장관(광주 남구), 강현욱(군산) 전 전북지사가 무소속 출마로 민주당 후보를 위협하고 있고, 이무영 전 경찰청장, 유성엽 전 정읍시장 등 6명도 이날 가칭 ‘전북민주시민연합’을 결성했다.
중원공략은 거물급 인사를 낙마시킨 쇄신공천의 역풍을 맞고 있다.
부정비리 전력자 배제원칙에 걸린 이용희(보은ㆍ옥천ㆍ영동) 국회부의장이 자유선진당 행을 택하면서 민주당 공천후보는 소외되고 있고, 무소속으로 나선 이인제(논산ㆍ계룡ㆍ금산) 의원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자유선진당으로 옮긴 이상민(대전ㆍ유성)의원도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후보를 10%차 이상 앞서는 상황. 이러다 보니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의 양강 구도에 밀리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당내에서조차 선병렬(대전 동구) 박병석(대전 서구갑) 홍재형(청주상당) 문석호(서산ㆍ태안) 의원 등 서너 곳 정도만 선두를 달리는 것으로 판단할 정도다.
열린우리당이 19석으로 한나라당(1석), 자민련(4석)을 압도했던 2004년 총선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위축된 판세다.
야당바람의 근원지가 돼야 할 수도권은 바람이 일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우선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 등 대표주자들이 자신의 발등에 떨어진 불 끄기에 급급한 처지도 주요 원인. 각각 서울의 강북, 남부벨트를 대표해 바람몰이를 일구겠다고 했지만 상승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김근태(도봉갑) 김덕규(중랑을) 유인태(도봉을) 등 몇몇 중진들이 선전하고 있지만, 민주당 현역 상당수가 한나라당 정치신인에게 밀리는 판세다. 이렇게 된 데는 손학규 대표의 공언과 달리 수도권에서는 참신한 인물로 교체하지 못해 쇄신공천이 호남물갈이에 그쳤다는 비판이 제기된 영향도 크다.
이런 상황에서는 111석 중 최소 40석 이상을 노리는 수도권 전략에 차질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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