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세계 경제위기 '그린스펀 원죄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세계 경제위기 '그린스펀 원죄론'

입력
2008.03.24 00:55
0 0

지난 20년간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 했던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1987년~2006년 FRB의장 재임시절은 물론이고 은퇴이후에도 여전히 위력적이다.

하지만 최근들어 미국경제가 어려움에 빠지면서 그에 대한 비판의 수위도 높아가고 있다. 오늘날 위기의 씨앗을 뿌린 장본인이란 이유에서다. ‘미국 경제의 마에스트로’ ‘세계 경제대통령’이라는 찬사까지 받았던 그의 명성이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그린스펀에 대한 비난은 유명 경제학자나 투자가, 전직 관료 모두 한목소리들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 컬럼비아대 교수는 “그린스펀이 현재 금융위기가 50년 만에 최악이라고 말한 것은 아이러니”라고 지적하고 “그가 바로 많은 문제들의 원천”이라고 꼬집었다.

경제 저술가 에드워드 챈슬러는 “미국 가계의 자산이 늘어나면서 그린스펀의 명성이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 경제가 나빠지면 ‘슈퍼 스타’로서 그의 지위도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경고했고 FRB 부의장을 지낸 앨런 블라인더 프린스턴대 교수는 “그린스펀의 평균 성적은 ‘A’나 ‘A+’지만 통화정책 과목만큼은 ‘B’를 줘야 할 것 같다”고 깎아내렸다.

그는 무슨 잘못을 저지른 것일까. 우선 극단적인 저금리를 너무 오래 유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린스펀은 2001년 9ㆍ11 사태 이후 급격히 금리를 내리기 시작해 2003년과 2004년에 걸쳐 1년 동안 연 1%로 기준금리를 유지했다. 사람들은 빚을 내 집을 사고 소비에 나섰고 이때 과도하게 풀린 유동성이 단기성과에 집착하는 금융사들의 투기를 자극했다는 것이다.

금융연구원 신용상 거시경제실장은 “소비증가율이 경제성장률보다 높았을 만큼 부채를 끌어다 소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고 빚을 내기 위한 담보(집) 가격을 지나치게 끌어올린 것이 오늘날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래비 바트라 미 서던 메소디스트대 교수가 일찍이 ‘그린스펀 경제학의 위험한 유산’이란 저서에서의 지적과 맞닿아있다. 그는 “수요부족에서 오는 위기를 매번 빚을 늘리는 미봉책으로 해결했고 이것이 미국 경제의 급성병을 만성병으로 악화시켰다”며 그린스펀을 강도높게 비난했다.

첨단으로 포장됐지만 엄청난 위험을 내포했던 각종 파생금융상품이 퍼져나가는 것을 사실상 방조했다는 감독 소홀 책임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서는 그린스펀 스스로도 “서브프라임 같은 대출 관행이 아주 많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얼마나 중대한 문제가 될지 몰랐다”고 책임을 인정한 바 있다.

물론 반론도 있다. 그린스펀 스스로는 “통화 정책의 한계를 무시한 (결과론적인) 비판이다. 주택시장의 거품은 전 세계적인 과잉저축에서 비롯됐다”고 반박하고 있다. 그는 지난주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도 “주택시장을 움직이는 장기금리는 강대국들의 정책 탓”이라며 “서브프라임이 아니라도 미국에는 위기가 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장재철 수석연구원은 “금리인하는 물가안정과 지속성장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너무 늦게 올리기 시작했다는 비판도 이제 와서 돌이켜보니 가능한 것이지 당시에는 시점을 알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한 그의 ‘다변(多辯)’에 대한 시선은 대체로 곱지 않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금융연구실장은 “어쨌든 현 상황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상, 말을 아끼는 게 맞지 이제 와서도 연일 왈가왈부 떠드는 것은 일종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용식 기자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