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안양 초등생 살해 사건/ 정씨 "시신 물에 떠내려가는 것 지켜봤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안양 초등생 살해 사건/ 정씨 "시신 물에 떠내려가는 것 지켜봤다"

입력
2008.03.24 00:55
0 0

안양 초등생 유괴ㆍ살해사건의 범인 정모(39)씨는 본드 환각 상태에서 두 어린이를 성추행한 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질 것을 우려해 살해했다고 자백했다. 경찰은 정씨가 범행 동기와 방법을 구체적으로 밝히는 등 자백의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 22일 현장 검증을 통해 범행 과정을 재연했다.

경찰은 정씨가 2004년 경기 군포시에서 발생한 40대 노래방 도우미 여성 실종사건도 자신의 소행이라고 자백함에 따라 범행 입증 및 다른 연쇄 실종 사건과의 연관성을 찾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

재구성해 본 사건 전모

2007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 외로움에 찌든 정씨는 집 방에서 혼자 소주 2병을 마시고 본드를 흡입했다. 환각 상태에 빠진 정씨는 오후 6시께 담배를 사기 위해 집을 나섰다가 골목길을 걷고 있던 이혜진(11) 우예슬(9)양이 눈에 들어왔다.

아이들 어깨에 손을 올리자 아이들은 반항했고, 정씨는 “조용히 해”라고 위협한 뒤 약 35m 정도 떨어진 자신의 집으로 끌고갔다. 이미 해가 기운 으슥한 정씨 집 주변에는 지나가는 사람 한 명 없었다.

정씨는 집에서 아이들을 1시간 가량 성추행했고, 환각 상태가 조금씩 풀리면서 정씨는 두 아이가 가족들에게 자신의 범행을 알릴까봐 두려워졌다. 오후 7시께 정씨는 두 어린이의 입과 코를 막아 살해했다.

이어 정씨는 범행의 완벽한 은폐를 위해 집 화장실에서 아이들의 시신을 훼손했다. 이어 오후 9시50분께 렌터카를 빌려 와 먼저 혜진양 시신을 싣고 안양에서 군포로 가는 47번 도로와 42번 수인산업도로, 과천~봉담 고속화도로를 거쳐 호매실 IC 인근 야산 두 곳에 시신을 묻었다.

정씨가 다시 집에 돌아온 시간은 26일 새벽 2시30분께. 정씨는 예슬양 시신을 싣고 시화공단 군자천으로 가 시신을 유기한 뒤 안산역 옆에 시신 유기에 사용한 삽과 플라스틱 통을 버리고 오전 5시께 집에 돌아왔다. 아이들을 유괴ㆍ살해한 뒤 유기까지는 12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현장 검증

현장 검증은 22일 오후 1시부터 3시간 반 동안 정씨 집과 시신을 유기한 호매실 IC 인근 야산, 시흥 군자천에서 실시됐다.

정씨는 담담하게 범행을 재연했다. 정씨는 방에서 옷으로 혜진양의 얼굴을 가린 뒤 예슬양의 입과 코를 막아 숨지게 했다. 이어 같은 방법으로 혜진양을 살해했다. 이어 정씨는 어른 한 명이 들어가면 꽉 찰 정도 크기인 화장실에서 혈흔을 없애기 위해 샤워기 물을 틀어 놓은 채 아이들의 시신을 훼손하는 장면을 재연했다.

그는 “훼손을 많이 해야 숨기기 쉬울 줄 알았다”고 털어놓았다. 혜진양 시신 유기 검증 과정에서도 정씨는 “겨울이라 땅이 깊게 파지지 않아 얕게 두 군데에 파묻었다”며 당시 상황을 정확히 기억해냈다. 이어 군자천에 예슬양 시신을 버린 뒤에는 “훼손된 시신 일부가 떠내려가는 모습을 지켜봤다”고 말해 수사관들을 놀라게 했다.

현장 검증 장면을 지켜보던 혜진양과 예슬양 가족들은 “아이들을 그대로 돌려놓으라”며 울부짖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동네 주민들도 정씨가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계란을 던지는 등 격한 감정을 나타냈다. 마지막 양심은 남아 있는 듯 현장검증을 마치고 호송차에 오르기 전 정씨는 작은 목소리로 “가족들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연쇄살인 가능성

정씨는 22일 2004년 7월 경기 군포시에서 발생한 노래방 도우미 A(당시 44세) 씨 실종 사건에 대해 “(경기 군포시) 금정동의 한 모텔에서 살해한 뒤 시흥 월곶쪽 다리에서 시신을 바다로 던져 버렸다”고 자백했다.

정씨는 실종된 A씨와 마지막 4차례 전화 통화한 사실이 밝혀져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돼 2004~2006년 총 6차례 경찰 조사를 받았다. 그러나 당시 거짓말탐지기 조사에서 거짓 반응이 나왔는데도 불구,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났다.

경찰은 정씨가 살해장소인 모텔과 시신 유기 지점 등을 특정해 말하지 못하는 데다, 모텔에서 다른 사람의 눈을 피해 시신을 옮기기 힘들다는 점 등 때문에 진술의 신빙성에 확신을 갖지 못하면서도 구체적 물증 확보를 위한 수사에 집중하고 있다.

또 정씨가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2006년 12월14일부터 2007년 1월7일까지 4차례 경기 서남부 지역에서 발생한 부녀자 실종 사건 등과의 관련 여부도 추궁하고 있다.

한편, 경찰은 부녀자ㆍ아동 실종사건을 전면 재분류해 수사전담팀을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태무 기자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