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민주당 공천심사위원회가 ‘오버’하고 있다. 자칫 힘들게 쌓아올린 ‘개혁공천’의 공든 탑을 스스로 무너뜨릴 수 있는데도 말이다.
대선 참패 이후 ‘호남당’으로의 전락을 걱정하던 민주당이 4월 총선에서 재기의 희망을 갖게 된 데는 누가 뭐래도 공심위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금고형 이상 비리 전력자의 예외없는 공천 배제, 호남 현역의원 30%의 서류심사 탈락 등은 외부인사 중심의 공심위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민주당에 호의적인 여론이 늘어가고 수도권의 총선 구도가 꿈틀대는 등 ‘박재승 효과’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공심위가 조급해진 걸까, 아니면 기고만장해진 걸까. 요 며칠 새 공심위가 ‘여의도식 정치’에 힘을 쏟는 것 같은 인상이 짙다. 지난 19일 비례대표추천위원회 구성을 둘러싸고 당 지도부를 격하게 비난할 때만 해도 이해되는 측면이 있었다. 언론을 통해 전면전을 벌이는 듯한 방식은 분명 과했지만, 비리 전력자 배제 기준에 해당하는 인사가 추천위원에 포함되자 자신들의 ‘원칙’이 훼손될지 모른다고 우려했을 수 있다.
그러나 21일 공심위의 브리핑 내용은 도를 넘어섰다. 박경철 홍보간사는 “포괄적인 의미의 지도부에 대해 우리가 상당히 경계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해놓고, 곧바로 “손학규 대표가 그간 고생하고 애를 썼다”고 했다. 당내 공천 과정에서 갈등을 빚고 있는 손학규 박상천 두 공동대표에 대한 호ㆍ불호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국민들이 민주당 공심위에 성원을 보내는 것은 엄정하고 중립적인 공천을 하고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정치적 입장표명을 하는 순간 공심위의 중립성은 무너진다. 마지막까지 중립, 또 중립이어야 한다.
양정대 정치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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