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에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다.
과거 부동산시장의 상승장을 이끌오며 3대 블루칩으로 불리던 강남 재건축과 신도시, 그리고 중대형 아파트의 값은 눈에 띄게 약세다. 반면에 시장의 관심은 도심 재개발과 소형아파트 쪽에 몰리고 있다. 이 같은 변화의 기류가 전반적인 시장재편으로 이어질지 새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맞물려 주목된다. 특히 국토해양부가 25일 대통령에 대한 업무보고에 새로운 부동산 정책을 밀도있게 담을 예정이어서 이 같은 변화의 기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다.
▦3대 블루칩의 몰락
지난해 참여정부의 강력한 시장 억제책으로 잔뜩 움추려 들었던 부동산시장은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때 보다 컸다.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가 줄어들고, 규제가 완화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대세를 이뤘던 것. 대통령 선거 직전에 강남재건축 시장이 상승세를 타고, 중대형 아파트의 분양이 봇물을 이룬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시장의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새 정부가 들어서자 강남을 중심으로 한 재건축 아파트의 값은 하락세로 접어들었고, 중대형 아파트의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다. 기존 중대형 아파트값의 상승률도 소형 아파트의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정도다. 그 동안 대체 주거지로 각광을 받아 꾸준한 시세 상승을 그려온 일산과 분당 등도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거래 자체가 끊긴 지 오래됐다.
최근 부동산 시장의 각종 지표를 보면 이 같은 변화를 한 눈에 알 수 있다. ‘부동산써브’는 올 1분기 동안 서울 중대형 아파트값 상승률은 0.37%에 그쳐 소형 아파트값 상승률 1.58%와 큰 차이를 보였다고 밝혔다. ‘부동산 114’ 발표로는 강남 재건축 아파트값이 지난 주 0.11% 떨어져 지난해 11월 23일 -0.16% 이후 주간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반면 지난해 부동산 하락기의 틈새상품으로 불리며 단기 투자처로 인식되던 강북 재개발과 소형아파트는 큰폭의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상기류는 부동산 시장 정상화 과정
이 같은 이상기류는 당분간 계속 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시장이 과거 투자자 중심에서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데다 새 정부가 규제완화보다는 시장 안정을 최우선시하고,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을 집중하겠다는 실용 정책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중대형 아파트값의 하락과 소형 아파트값의 강세는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증거”라며 “부동산시장이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찾아가는 ‘시장 정상화 과정’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박준호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도 “이명박 정부 실용정책의 큰 틀은 가격 상승을 억제하면서 꼭 필요한 지역에 공급을 집중한다는 것”이라며 “특히 지난 정부에서 크게 가격이 오른 버블세븐지역의 아파트값 하락은 당분간 용인하고 서민들이 사는 강북이나 경기 서북부지역에서는 개발속도를 높이는 이원화 정책이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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