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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마 속 다리' 막 찍어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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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마 속 다리' 막 찍어도 되나

입력
2008.03.24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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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의 다리를 휴대폰 카메라로 촬영한 행위는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대법원의 확정 판결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법원은 치마 아래 뿐 아니라 치마 속 다리도 반드시 성적 욕망의 대상이라고 할 수 없다고 밝혀 여성계가 강력 반발하고 있다.

대법원 3부(주심 김황식 대법관)는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들을 휴대폰 카메라로 몰래 찍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3일 밝혔다.

피해자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여성의 치마 밑으로 드러난 다리 부위를 촬영한 사진 하나 만으로 김씨를 성폭력범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다.

사건은 1년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씨는 2006년 12월 12일 오후 6시께 지하철을 타고 가다 서 있는 자신의 앞쪽에 짧은 치마를 입고 앉은 20대 여성을 보고 휴대폰 카메라 방향을 아래쪽으로 잡아 여성의 다리를 촬영했다.

지하철에서 내린 김씨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오르면서 앞서가는 또다른 20대 여성의 치마 속을 향해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가 시민들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 조사결과, 김씨 휴대폰에는 지하철 안에서 찍은 여성의 다리 사진만 남아 있었고 다른 사진은 발견되지 않았다. 검찰은 휴대폰 사진과 에스컬레이터의 목격자 진술을 증거로 김씨를 벌금 5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이에 반발한 김씨가 정식 재판을 청구하자 1심 재판부는 "(치마 아래 다리 사진이)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타인의 신체'를 촬영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에스컬레이터에서 촬영한 행위에 대해서도 "'여성의 치마 속 다리 부위'가 반드시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타인의 신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증거도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불복했지만 항소심 재판부와 대법원은 "공소사실에 대한 증명이 없음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단은 옳다"며 무죄를 확정했다.

여성단체는 당장 "법원 판결은 상식적 수준에서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여성의 특정 신체부위를 몰래 찍는 행위가 범죄가 아니라면, 어떤 행위가 성폭력이 될 수 있느냐"며 "이번 판결로 비슷한 일들이 더 많이 발생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희현 여성문제연구회 간사도 "계단 오르내리는 것을 쳐다보는 시선만으로도 불쾌한데, 인권침해에 가까운 사진촬영이 어떻게 용인될 수 있냐"고 말했다.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 부위가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명확한 법적 기준은 없다. 여성의 나체나 남녀의 성관계 장면 촬영은 처벌의 대상이 되지만, 이번 사건처럼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여성의 신체 모습을 촬영한 행위에 대해 아직까지 대법원이 구체적 판단을 내린 적이 없다.

에스컬레이터나 육교 등에서 여성의 치마 속을 촬영할 경우에도 통상 약식기소로 끝나고 있어 이에 대한 더 엄격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여성계는 요구하고 있다.

전성철 기자 foryou@hk.co.kr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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