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독서프로그램의 진행자, 잡지의 북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그룹 ‘클레이지콰이’의 여성보컬 호란(29ㆍ사진). 그가 책읽기, 음악이야기, 인생이야기를 담아 <호란의 다카포> (마음산책 발행)를 냈다. 호란의>
여자 아나운서, 여가수, 여배우 같은 대중스타들이 인기관리를 위해 에세이ㆍ여행집ㆍ사진집 같은 책들을 내는 일은 흔한 일이지만, 표지사진말고는 기억할 만한 것이 없는 책들이 태반이다. 여가수들에 대한 스테레오타입을 깨고, 지성미를 갖춘 독특한 여가수로 평가받고 있는 호란의 책에 특별히 관심이 가는 것은 그래서다.
“실제 다독가들이 어떻게 책을 읽는지, 지적인 사람들이 어떤 사고를 하는지 알기 때문에 그냥 가볍게 읽어줬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책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독서에세이는 그가 축적해둔 문학적 감수성과 인문적 소양이 결코 만만치 않음을 입증한다.
공연대기실, 비행기, 호텔 방, 식탁, 화장실과 침실, 차 안 이곳저곳에 책을 두고 책을 읽는다는 그녀의 독서목록은 김훈, 김영하, 폴 오스터, 듀나, 주제 사라마구, 오쿠다 히데오, 프란츠 카프카를 넘나든다. 20,30대 여성의 감수성에 어필하는 소설들이 많지만 때로 그의 목소리는 사회적 발언에 가깝게 높아진다.
오쿠다 히데오의 <걸> 을 읽다가는 “젊은 여성들이 읽는 소설에 부여한 ‘칙릿’이라는 명칭에는 성적비하와 경멸이 담겨있다”고 페미니즘 시각을 드러내기도 하고, 이정명의 <뿌리깊은 나무> 를 읽고서는 “수천 년에 걸쳐 정교하게 다듬어진 지극히 아름답고 풍성한 예술품”이라며 한글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보여주기도 한다. 가수가 본업임에도 불구하고 책 읽기와 글쓰기라는 인문적 행위는 그녀에게 자연스러워보였다. 받아쓰기를 좋아했던 초등학교 시절을 떠올리는 그는 “선생님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단어 한자 한자를 받아 적으며 문자라는 단단하고 믿음직한 도구에 즐거워했었다”고 기억한다. 뿌리깊은> 걸>
‘클래이지콰이’에 이어 새로 결성한 프로젝트팀 ‘이바디’(‘잔치’라는 뜻의 옛말)의 공연준비에 한창인 호란은 책을 내면서 더욱 조심스러워진다고 했다.
그는 “이미지만 팔려는 것이 아닌지 두렵다”며 “지적인 여가수라는 대중들의 부추김에 으쓱해 진짜로 그렇게 믿어버리는 자기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꾸준히 나를 다듬어 가겠다”고 다짐했다. 그녀가 직접 지었다는 책 제목 다카포는 ‘도돌이표’라는 음악용어.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의지를 담고 있다고 한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사진 김주성기자 poe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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