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4ㆍ9총선 공천 파동의 책임 소재를 놓고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박근혜 전 대표가 23일 공천 결과를 강력 비판하며 강재섭 대표 등 지도부의 책임론을 제기하자, 이에 강 대표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공천 파동의 중심에 있는 이재오 의원도 이날 밤 늦게 청와대를 방문, 이 대통령에 자신과 이상득 국회부의장의 동반 불출마를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의 측근은 "이 의원은 이미 불출마 의사를 굳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앞서 정두언 공성진 의원 등 친 이명박계인 공천자 55명이 청와대의 사과 및 이 부의장의 불출마, 국정관여 금지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강 대표의 불출마 선언에 이어 이재오 의원과 이상득 부의장의 거취가 한나라당 내홍 사태와 총선 판도에 크게 영향을 미칠 전망이지만 이 부의장은 "공천의 잘잘못은 지역주민에게 맡겨야 한다"며 일단 불출마 요구를 거부했다.
박근혜 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공천은 정당정치를 후퇴시킨 무원칙한 공천의 결정체였고, 국민에게 호소해 얻은 천금 같은 기회를 날려버린 어리석은 공천"이라고 비판했다.
박 전 대표는 올해 초 당 지도부의 공정 공천 약속을 상기한 뒤 "당시 많은 사람들이 제가 속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저는 믿고 싶었고 약속과 신뢰가 지켜지기를 바랐다"며 "그러나 결국 저는 속았고, 국민도 속았다"고 비난했다. 그는 또 "공천 파동과 당 개혁 후퇴에 대해 당 대표와 지도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 대표는 여의도 당사에서 회견을 갖고 "총선 승리를 위해 모든 것을 던질 각오가 돼 있다"며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강 대표는 "공천이 다소 거칠어 보이기는 해도 국민 눈높이에 맞춘 것"이라며 "더 이상 공천결과에 시비하지 말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또 "저의 희생으로 이제 계파 싸움은 끝내고 상대방과 싸우는데 힘을 모으자"며 "대표로서 총선 결과로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회견 직후 이 대통령은 곧바로 전화를 걸어 불출마 번복을 요구했으나 강 대표는 "이미 결정했다"고 답했다.
이동훈 기자 정녹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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