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소영 지음 / 보림출판사 발행ㆍ276쪽ㆍ1만2,000원
"어린 아들 학유는 아비를 탓하건만/ 병든 아내 옷 꿰매 보냈으니 아직도 남편 사랑하나봐. "(185쪽) "가을이 되었으나 쌀은 외려 귀하고/ 우리 집 가난해도 꽃은 더욱 많다네. "(101쪽)
앞의 시는 1802년 '아비' 정약용이 천 리 먼 길에서 온 편지를 받고, 안타깝고도 미안한 마음에서 지은 시 <새 해 집안 편지를 받고(新年得家書)> 다. 새>
뒤의 것은 아들이 아버지의 글벗들과 함께 있으면서 시흥에 겨워 지은 시 <동무들과 술 마시며 활짝 핀 국화를 바라보니(竹欄菊花盛開)> 이다. 현대어로 단장해 놓으니 이들 사이에 오간 감정의 골이 켜켜이 드러난다. 동무들과>
천주학에 연루돼 몰락한 가문의 선비 정약용은 유배 생활 18년 동안 무려 500여권의 저서를 남겼다. 자상한 남편이자 아버지였던 다산에게는 분신과도 같았던 둘째 아들 학유가 있었다.
<농가월령가> 로 잘 알려진 그는 형과 함께 아버지의 학문을 도운 동지였다. 책은 유배간 아버지, 일상과 학문 등을 학유의 눈으로 그려내고 있다. 농가월령가>
1808년 봄, 부친이 유배돼 있는 강진으로 학유가 길 떠나는 장면으로 책은 시작한다. 귀양지에서도 자신의 공부를 독려하던 아버지의 편지가 부담스럽고, 집안을 내팽개친 아버지가 야속했던 그였다.
유배 기간을 끝낸 아버지는 고향으로 돌아와서도 학문에 몰두했다. 어느덧 회갑을 맞은 학유는 선친이 남긴 저작들을 되새기며 후학들을 기른다. 못다한 꿈은 그렇게 이어진다.
장병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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