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이 폭등한 원자재를 노리는 도둑 때문에 중소기업인, 상인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철근, 금, 기름은 물론 심지어 밀가루까지 닥치는 대로 싹쓸이 해가는 도둑을 막기 위해 기업인들과 상인들은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도난 사고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중소 건설업체 A사는 최근 경기 고양시와 의정부시 등에 있는 건설 현장 2곳에서 철근, 전선 등 자재를 도난 당했다. 한달 간격으로 발생한 도난사고 피해액은 각각 100만원 정도.
회사 관계자는 23일 "최근 가격이 뛴 철근을 노린 좀도둑들인 것 같은데, 100만원어치의 자재를 잃지 않으려고 경비원을 따로 둘 수도 없고, 10여명에 불과한 현장 직원들이 밤잠까지 설쳐가며 창고를 번갈아 지킬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창고 문을 자물쇠로 잠가둘 뿐 뾰족한 도난 방지대책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소규모 하도급 건설업체들은 한 건설 현장에서 한 달 이상 오래 머무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에 방범 장치나 무인경비시스템을 이용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지난 10일에는 경북 경주시 강동면 외팔교 주변에 주차해 있던 화물차 4대의 기름탱크가 깨끗이 털렸다. 경찰은 범인들이 주유구 마개에 달린 자물쇠를 절단기로 잘라낸 후 펌프로 기름을 순식간에 빼내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주경찰서 관계자는 "한 대당 약 60만원(400ℓ) 가량 피해를 봤다"며 "야간에 기름을 가득 채운 상태에서 노상에 주차시키지 말고 가급적 안전한 차고에 주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최근 금값이 치솟자 전남 지역에서만 금은방 4곳이 털리는 등 금 절도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14일에는 전남 순천시 조곡동의 한 금은방이 털려 200만원의 피해를 입었다. 범인은 자물쇠를 부수고 철제 셔터를 연 뒤 강화유리로 된 문을 깨뜨리고 가게로 침입했다.
다행히 범인이 무인경비시스템 경보음에 당황한 나머지 대부분 모조품만 황급히 훔쳐 달아나 더 큰 피해를 입진 않았다. 지난달에는 서울 중구의 한 식당이 재료용 밀가루를, 울산시 약사동의 한 중학교는 철제 교문을 도난 당하는 등 원자재 도난은 전국적 현상이 돼버렸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오르자 절도범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경찰도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지만 무인경비시스템이나 CCTV 등 자체 경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채지선 인턴기자(이화여대 정외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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