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가 무조건 옳다는 건 아니지만, 이명박 측근인가 하는 사람들 하는 짓 보면 억수로 괘씸하다 아입니꺼. 내 먹고 살기 힘들어 투표 안 할라?는데 이번엔 꼭 무소속 의원 찍을 꺼라예."
친박근혜계 의원들의 무소속 출마로 한나라당의 텃밭인 영남이 흔들리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대구로 내려간 21일, 동대구역에서 만난 택시기사 이상기(49)씨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이씨는 "솔직히 박근혜씨가 당을 어렵게 살려놓고 배신당한 것밖에 더 되냐"며 "택시기사 10명 중에 8명은 다 그렇게 얘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에선 이날 친박계 박종근(달서갑) 의원이 기자회견을 갖고 무소속 출마를 공식 선언했고, 이해봉(달서을) 의원도 며칠 전 무소속 출사표를 던졌다. 두 선거구는 박근혜 전 대표의 지역구인 달성군 인접 지역이어서 분노, 배신감의 정서가 강하게 퍼져있는 듯 했다.
달서구 재래시장인 와룡종합시장에서 만난 한 상인은 "대구엔 아직까지 '박통'에 대한 향수가 많이 남아있다 아입니꺼"라며 "박근혜를 쪼매라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무소속을 찍을 낍니더"라고 말했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의 지역구인 대구 서구는 이날 친박측 홍사덕 전 의원의 무소속 출마 소식이 화제가 됐다. 물론 5선의 강 대표가 우세하리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이런 분위기라면 모른다"는 다른 얘기도 있었다.
중식당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솔직히 3선, 4선하면 그만 둘 때도 됐지만 박근혜 수족들을 그리 날리는 게 아니었다"며 "대구 사람들, 많이 섭섭할끼라"고 말했다.
그러나 무소속 바람은 잠시일 뿐 막판에 표심은 한나라당으로 기울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교사 민모(36)씨는 "새 정부가 TK에 뭔가 해줄 거라는 기대가 있는데 박근혜가 탈당하면 몰라도 결국 한나라당으로 표가 갈 것"이라며 "친박연대는 민국당 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도 사정은 비슷했다. 부산역에서 만난 택시기사 박수언(67)씨는 "김무성이가 낙천된 후 여론이 굉장히 안 좋더라. 당을 보고 찍어야 하는데 사람 마음이 그렇다"고 흔들리는 내심을 내비쳤다. 그는 "대선 때 이회창 찍고 싶어도 정동영 될까봐 이명박 찍었다 아입니꺼. 그 표가 30%는 될 끼라예. 그게 다 어디로 가는지 두고 보입시더"라고 말했다.
김무성 의원이 무소속으로 나온 '남구을'은 지금 분위기가 민감하다. 이곳에서 청과물을 파는 김진일(46)씨는 "경상도 사람들은 한번 믿으면 끝까지 믿고 하는데, 이명박 대통령쪽에서 하는 걸 보면 '배신 때렸다', 마 그런 감정이 드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하지만 부동산중개업소를 하는 박경자(46ㆍ여)씨처럼 "그 사람(김무성) 평소에 코빼기도 안 비치더니만…"이라는 냉소적 반응도 있었다.
무소속 김세연 동일고무벨트 대표가 현역 박승환 의원과 접전을 벌이는 금정구도 술렁거리고 있었다. 한나라당의 기반은 여전히 강했지만 김 대표는 부친인 고 김진재 전 의원의 후광도 업고 있어 팽팽한 기류가 형성돼 있다.
"부산은 한나라당 정서가 워낙 뿌리 깊으니까 그래도 당이라는 사람도 있고, 이번엔 인물을 보고 찍어야 한다는 사람도 많다"는 강재식(구두수선ㆍ65)씨 말처럼 주민들은 지금 고민 중인 듯 하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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