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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장편·산문집 펴낸 소설가 김원우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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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장편·산문집 펴낸 소설가 김원우씨

입력
2008.03.24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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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원우(61)씨가 장편 <모서리에서의 인생 독법> 과 산문집 <산책자의 눈길> 을 동시에 펴냈다. 강 발행. 전자는 중편집 <젊은 천사> (2005) 이후 3년만에 출간한 전작 장편이고, 후자는 김씨가 등단 31년만에 처음 묶은 산문집이다.

김씨는 한국 소설의 관습적 시각을 불편해하며 "소설의 이야기성에 논설적 측면을, 감상주의엔 작품으로의 몰입을 차단하고 지적 각성을 요청하는 '무감동의 형식'을 대안으로 제시"(평론가 진정석)하는 독자 노선을 견지해온 작가다. 꼬장꼬장한 만연체 문장으로 문제적 현실을 집요하고 세밀하게 그려내온 김씨의 작풍은 이번 장편에서도 여전하다.

소설은 세 이야기로 구성됐다. 30쪽 안팎 분량의 1, 3부와 200여 쪽의 2부로, 작품의 몸통(2부)을 가운데 놓고 그 앞뒤로 도입부(1부)와 결말부(3부)가 놓인 형태다. 세 이야기는 소설가인 '나'의 시선에서 쓰여지고 인물과 배경이 겹친다는 점에서 매끄럽게 연결될 뿐, 이야깃거리 자체는 제각각이다. 이질적 요소들로 연작의 형식을 완성한 솜씨가 흥미롭다.

이 중 2부는 작고한 의사 '박성득'의 생애를 그의 후학들이 재구성해가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나'의 친구인 정형외과 개업의 '최 원장'은 은사를 기리는 문집에 추모사 쓰는 일을 맡아 주변 인물의 증언을 수집한다. "온통 구멍이 뻥뻥 뚫린데다가 어떤 구석은 송두리째 훌렁 둘러빠져 있"(245쪽)는 객관적 정보에 최 원장 동료인 '여 박사'의 적극적 논평이 붙고 월남민 2세대인 최 원장의 유년 기억까지 보태져, 삼팔따라지(월남민) 출신으로 외과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박성득의 생애가 점차 복원된다.

'나'가 최 원장의 경험과, 최 원장이 전하는 여 박사의 발언을 옮기는 2중의 액자구조를 통해 작가는 객관-주관이 뒤얽혀 '진실'이 구성되는 과정을 핍진하게 보여준다. 더불어 지방 국립의대 교수 및 병원장으로 봉직한 박성득의 성공한 생애의 이면, 비주류라는 따돌림을 철저한 자기 보신과 실력 연마로 돌파하는 처절한 생존기를 드러내며 한국이란 치열한 경쟁사회의 기저에 놓인 '난민 의식'을 짚어낸다. "간당거리는 나뭇가지에 앉아서 위태위태한 제 처지를 쉴새없이 살피는"(197쪽) 새와 같은 존재였다는, 박성득 딸의 아버지 회고담이 의미심장하다.

김씨의 작품은 이야기, 이미지, 감성 등 수다한 예술적 효용에서 비교우위를 잃어가는 오늘날 소설의 거처를 새삼 되묻게 한다. 한땀씩 수놓듯 단어-사전 속에서 잠자고 있던 단어들이 뜻풀이와 함께 대거 동원됐다-를 길게 엮은 문장은 이야기의 연결고리로 소모되지 않고, 제가끔의 미감과 사유로 스스로 빛난다. 문자 매체만의 경지를 추구하는 도도한 엘리티시즘의 결실이다.

<산책자의 눈길> 엔 그런 김씨의 문학적 장인 정신이 오롯하다. 총 3부 중 1부엔 작가의 독서 경험과 문장론을 진술한 글과 더불어 문예지, 문학상, 원고료 등 문학 제도에 대한 진단이 담겼다. '문예지와 원고료에 대한 단상'이란 글에서 작가는 '글값'의 많고적음을 따지는 것을 넘어 작품을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는 문학제도의 부조리를 날카롭게 따진다. 2부엔 김씨가 최고의 문장가로 평가하는 횡보(橫步) 염상섭에 대한 비평이 수록됐다.

3부엔 장편 <모노가미의 새 얼굴> (1996)과 소설집 <객수산록> (2002) 출간을 맞아 평론가 신수정씨와 김정환 시인과 각각 대담한 내용이 실렸다. "원우 형 소설을 너무 기고만장하다며 등 돌리는 독자들이 있다"는 김정환씨의 도발적 질문을 순순히 인정하며 덧붙인 작가의 말이 이렇다. "그렇긴 해도 쉬운 문장, 상투적인 문체로는 너무나 막강하고 복잡해진 오늘의 현대성 자체,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모순 및 그것의 구조화 과정에 대한 해명이 역불급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갖고 있지요."(378쪽)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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