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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베란다에 싱그러운 봄이 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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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베란다에 싱그러운 봄이 피었습니다

입력
2008.03.21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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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봄이다. 파릇파릇 새싹과 터질 듯 웅크린 꽃망울이 도시생활에 찌든 가슴에도 인사를 건네는 듯하다. 어린 시절 잃어버린 봄 풍경을 우리집 아파트 베란다에 고이 모셔 둘 순 없을까. 아파트 베란다에 나만의 미니정원 가꾸는 법을 인터넷에서 달인으로 통하는 주부들과 원예조경 전문가들에게 들어보자.

■ 웰빙형 - 허브 키우기

10년째 허브 가꾸기에 푹 빠져있는 주부 왕혜금(45)씨는 허브 예찬론자다. ‘허브 중독’을 자처하는 왕씨는 “허브는 실내 공기 정화와 보습 효과 뿐 아니라 기분 전환에도 탁월한 효능이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골초 남편, 아토피를 앓는 아이, 천식으로 고생하는 부모님이 있다면 웰빙형 허브 가꾸기를 적극 권한다”고 말한다.

왕씨의 가정은 ‘음이온 넘치는 집’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12월 허브의 효능을 다룬 한 방송 프로그램에 소개되기도 했다. 그는 “처음엔 음이온이 풍부한 경기 이천의 도자기공예방과 비교하기 위해 섭외됐다가 우리집의 음이온이 일반 가정의 10배가 넘는다는 걸 알고 재촬영을 할 정도였다”며 허브에 얽힌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아파트 베란다는 온통 허브 천지다. 페퍼민트, 애플민트, 세이지, 펜넬, 라벤더, 자스민, 제라늄, 로즈마리 등 허브의 종류만 30여 가지. 허브 씨앗은 한국종자나눔회 등 인터넷 동호회를 통해 회원들끼리 무료로 나눠 쓰고 있다. 왕씨는 “처음엔 미니 정원을 가꾸려고 허브를 키웠는데 이젠 천연 비누, 샴푸를 직접 만들어서 팔 수 있을 정도로 노하우가 쌓였다”고 말했다.

-팁1 “물 빠짐에는 참숯이 최고”

“물 빠짐을 위해선 마사토가 제일 좋지만 일반 가정에서 주부들이 쓰기에는 너무 무겁다는 단점이 있어요. 그래서 생각해낸 게 참숯이에요. 숯은 물을 쉽게 내보내면서도 일정량을 머금고 있다가 뿜어주기도 하지요.”

■ 관상형 - 화분 가꾸기

인터넷 식물 동호회 식물과 사람들(http://cafe.naver.com/peltateandperson)’을 운영 중인 주부 원종희(50)씨는 유명한 화초 애호가지만 자신을 ‘식물을 사랑하는 평범한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원씨는 “물주기, 비료와 일조량 등 습성이 다른 식물들을 텃밭이나 화단에 한데 모아 심기보다는 화분에 키우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고정적인 텃밭이나 화단과 달리 화분은 방향이나 위치를 바꿀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원씨는 “아파트 베란다는 자연광에 비해 일조량이 반에도 미치지 못 하는 곳이 많기 때문에 햇볕을 좋아하는 식물들은 잎이나 줄기가 베란다 유리창 쪽으로 지나치게 기울기도 한다”고 말했다.

맞춤형 화초 가꾸기의 노하우는 기본에 충실하기. 대부분의 식물은 햇빛이 잘 들고 통풍이 원활한 곳을 좋아하지만 관엽식물과 서양란 등 더위에 약한 식물을 키우려면 발이나 블라인드를 이용해 직사광선을 피해주는 게 좋다. 물 주기는 손 끝으로 겉흙을 만져보아 말랐다는 느낌이 들 때가 좋고, 생장이 가장 왕성한 아침 시간을 택한다. 봄 가을 9∼10시, 여름 7∼8시, 겨울 11∼12시. 흙은 동호회나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화초에 따라 모래, 진흙 등 어떤 것이 어울리는지도 살펴야 한다.

-팁2 “가정, 사무실 맞춤 식물 따로 있어요”

“관엽식물들은 낮에 산소를 내뿜고 밤에는 이산화탄소를 내뿜어요. 하지만 다육식물들은 반대죠. 맞벌이 가정이 늘고 있는 요즘엔 낮에 주로 활동하는 사무실에서는 관엽식물을, 집에서는 다육식물을 키우는 게 좋죠.”

■ 실속형 - 텃밭 만들기

무농약ㆍ무공해 채소를 길러 먹고 싶은 실속파들에겐 아파트 베란다에 텃밭을 만들 것을 권한다. 남상문 당진군 농업기술센터 채소화훼팀장은 “아파트 베란다는 일조량이 적고 통풍이 잘 안돼 온실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햇빛이 적어도 무난히 자라는 채소를 심는 것도 좋다”고 조언한다.

베란다가 정남향이라 햇빛이 많이 들어오는 곳에는 상추, 쑥갓, 청경채, 열무, 파, 엔디브, 시금치 등이 좋다. 상대적으로 일조량이 적은 동향이나 서향 집에서는 미나리, 참나물, 부추, 생강, 엔다이브 등이 재배 가능하다. 콩나물, 숙주 등 싹을 기르는 채소는 일조량과 상관없이 잘 자란다.

텃밭은 화분 가꾸기보다 큰 용기가 필요하다. 보통 폭 30~40cm, 길이 2~3m, 높이 20~30cm 정도 규모가 관리하기 쉽다. 나무로 된 사과상자를 이용하면 30~50ℓ의 흙을 담을 수 있는데, 화분 내의 흙을 옮기거나 인공토와 배양토를 1대 1의 비율로 섞는다. 흙이 많을수록 물이나 영양분이 풍부해 채소가 잘 자란다. 웃거름은 10일~2주일 간격으로 꾸준히 줘야 한다.

-팁3 “햇빛이 부족할 땐 전등을 켜 주세요”

햇빛이 부족해서 채소를 가꾸기가 어려울 땐 100W짜리 백열전구를 생장점 60cm 높이에 60cm 간격으로 켜 주면 좋아요.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 전후까지 하루 12~14시간이면 충분하죠.”

■ 미니정원 만들기, 왕초보를 위한 선수들의 조언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점은 방수 및 배수 처리. 아파트 베란다는 타일이나 바닥재가 깔려 있고 높이가 거실과 같기 때문에 누수의 위험이 있다. 때문에 방수 시트를 깔고 배수구를 내줘야 한다. 물이 잘 빠지도록 바닥에 플라스틱 배수판을 깔고, 그 위에 원예용 부직포를 덮어야 흙은 안 내려가고 물만 빠져나간다.

흙은 멸균 상태인 인공토에 배양토를 섞어 쓴다. 인공토를 바닥에 먼저 깔고 위에 인공토와 배양토를 섞어준다. 밭이나 산에서 흙을 가져오면 세균이 많고 지렁이나 개미 등 벌레가 따라오기 때문이다. 인공토 가격은 100ℓ 한 포대 기준으로 7,000~9,000원. 32평 아파트를 기준으로 거름과 배양토를 섞어 쓸 때 10여만원이 든다.

데크를 만들려면 방부목으로 흙이 직접 닿는 곳에만 설치한다. 방부목은 비소나 포름알데히드 등 유해물질이 방출되지 않는 천연 목재를 쓰는 게 좋다. 최근엔 이동식 플랜트 박스를 활용하기도 한다. 박스 아래에 바퀴가 달려있어 베란다 뿐만 아니라 거실, 안방 등으로 자유자재로 옮길 수 있다.

식물을 골라 심는 일도 중요하다. 베란다의 일조 방향과 일조량 등을 고려해 선택해야 한다. 햇볕이 드는 양지엔 벤자민, 아라우카리아, 꽃베고니아 등을 심고, 햇볕이 잘 들지 않는 곳은 쉐플레라 등을 심는다.

물 주기와 잎 모양 등이 비슷한 화초들을 가까이 심는 게 좋다. 물을 좋아하는 트리안을 선인장 옆에 심으면 선인장이 썩을 수도 있다. 키 큰 식물과 그 아래 배치되는 식물의 잎 모양이 서로 대비되게 하면 보기에도 좋고, 식물의 생육에도 도움이 된다.

이현정 기자 agada20@hk.co.kr사진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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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니정원에 어울리는 허브 5가지

① 슈퍼민트(super mint)

널리 알려진 허브로 민트 종류 중 향이 가장 좋다. 요리나 차에 쓰이는 외에도 잎의 즙을 내 몸의 상처난 곳이나 벌레 물린 데 바르기도 한다. 유럽에서는 옷장 등의 방충용으로도 쓰인다. 붉은 줄기, 밝은 녹색의 잎, 연한 보라색 꽃이 아름답다. 물은 흙이 마르면 화분에서 흘러내릴 만큼 흠뻑 주면 된다. 60cm 이상 자라지만 보통 30cm 이상 자라면 잘라서 쓴다

② 레몬그래스(lemon grass)

여러해살이 풀로 레몬 내음이 강하다. 열대 원산이라 겨울나기를 위해서는 최소한 15도 안팎은 유지해야 한다. 비료는 많이 주지 않아도 되지만 물은 자주 주는 편이 좋다. 양달에 키울 것. 심은 뒤 8개월 정도면 잎을 수확할 수 있다. 향료 약 비누 향수 과자 등을 만드는 데 쓰고, 닭이나 생선 요리에도 효과 만점. 차로 마시면 향기가 좋고 어린 잎은 튀김으로도 먹는다. 소화불량이나 빈혈에 좋다.

③ 월계수(laurel)

녹나무과에 속하는데 추위에 약하므로 볕이 잘 드는 곳에서 키우고 겨울에는 방한에 신경써야 한다. 향기가 좋고 관상용으로도 인기가 높다. 일년 내내 잎 수확이 가능한데 진한 녹색 잎을 잘 말리면 연한 올리브색이 된다. 맛을 풍부하게 하고 잡냄새를 없애는 효과가 커 고기 요리에 많이 쓰이는데 요즘은 삼겹살 감자탕 뼈다귀해장국집에서도 많이 사용한다고. 수프 소스 스파게티 등 다양한 서양요리에 사용된다.

④ 라벤더(lavender)

라벤더는 ‘씻는다’는 의미으 라틴어에서 유래된 이름으로, 로마인들은 라벤더 꽃을 목욕물에 넣어 몸을 향기롭게 했다고 한다. 재배 역사도 길고 그린, 슈퍼잉글리시, 우로바노, 빅토리오, 코튼 등 종류도 다양하다. 관목처럼 변하는 다년초로 50cm 안팎으로 자란다. 지중해 원산이라 고온다습한 환경을 싫어한다. 요리에는 직접 사용하지는 않지만 꽃이 달린 줄기를 식초에 넣어 숙성시킨 뒤 향이 좋은 라벤더식초를 만들기도 한다. 포푸리 향수 비누 등에 향내용으로 쓰이며 라벤더 오일은 살균 소독 방부작용도 좋다.

⑤ 캐트민트(catmint)

캐트닙으로도 불린다. 연녹색 잎에 6, 7월께 하얀 꽃이 핀다. 50~100cm 정도. 박하향이 좋고 말리면 향이 더 강해진다. 내한성과 번식력이 강해 초보자가 기르기도 어렵지 않다. 로마시대 때부터 약초와 차로 사용됐고, 유럽에서는 홍차가 널리 보급되기 전에 차로 즐겨 마셨다. 다른 허브와 섞어 입욕에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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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도 알면 나도 식물의사

“뿌리가 검게 변하고 잎이 바싹 말랐어요. 버려야 할까요?”

주부들을 대상으로 한 생활원예교육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질문이다. 충남 당진군 농업기술센터 남상문 채소화훼팀장은 “주부들도 간단한 치료법만 익히면 훌륭한 식물 의사가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 뿌리가 검게 썩었을 때

“외관상 싱싱해 보이는 뿌리도 살살 잡아당기면 물컹거리고 부스러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을 너무 많이 주었기 때문입니다. 뿌리를 제거한 후 부패한 부분을 깨끗이 닦고 배양토에 옮겨 심으세요.”

■ 잎이 바싹 말랐을 때

“화분을 통째로 물통에 담근 뒤 시든 잎이 다시 펴지면 꺼내세요. 잎이 펴지지 않아도 가지가 마르지 않았다면 새싹이 돋을 때까지 기다려보는 게 좋습니다.”

■ 잎에 벌레 먹었을 때

“잎 앞면 뿐 아니라 뒷면 속 가지까지 스프레이 살충제를 꼼꼼히 뿌려줍니다. 너무 가까이 대고 뿌리면 잎이 변색되니 반드시 30cm 이상 거리를 유지하세요.”

■ 흙 표면에 하얀 가루가 일어날 때

“물을 가득 부어 흙 속에 축적된 염분을 여러 차례 씻어내세요. 화분 안에 염분이 축적되면 뿌리 삼투압보다 흙의 삼투압이 높아져 식물이 수분을 공급받지 못하고 말라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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