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조각 과정과 인사청문회에서 '재미있는' 발언이 많이 나왔다. 국민을 어이없고 기가 막히게 만들거나 염장을 지른 말들이다.
그 중에서도 아주 인상적인 것은 법무부장관 후보자(결국 임명됐지만)가 "공직을 맡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다. 예상했더라면 좀 다르게 살았을 것"이라고 한 발언이다. 많은 부동산과 회원권에 대한 변명으로 한 말이었다.
이명박 정부가 고위 관료로 고름직한 성향의50~60대 인물 치고 부동산문제나 국적, 주민등록, 각종 법규 위반 등의 문제에서 흠결이 전혀 없는 사람은 찾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다.
"거지도 청문회 나가면 걸릴 게 많다"고 청문회의 문제점을 비판한 사람도 있다. 그러나 어쨌든 고위 공직자의 도덕성에 대한 국민의 잣대와 눈높이는 많이 높아졌다.
■ 공과 사가 서로 다른 공직자들
문제는 공적인 삶과 개인적인 삶이 다를 수 있거나 달라도 무방하다고 생각하는 것, 그 괴리와 상반됨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무시하는 것이다. 오래 공무원 생활을 한 사람조차 그런 식이니 일반인들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삶의 공적 공간과 사적 공간에 대한 이중적 인식은 많은 몰염치와 부정, 비리를 저지르는 원인이 된다.
한국인들은 모두 열심히 살았다. '우리의 1년은 세계의 10년'이라는 구호에 담긴 압축성장과 발전의 미덕에 기대어 뒤처진 삶을 극복하려 애썼고, 드디어 많은 부문에서 다른 나라들을 추월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당연히 편법 탈법과 속도 위반현상이 빚어졌다.
이젠 그런 게 전부가 아니라는 반성과 성찰의 시대에 접어들었지만, 의식과 행동이 여전히 서로 맞지 않고 명실이 상부하지 않는 게 요즘 우리의 모습이라고 할 것이다.
김병국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8년 전에 <열심히 잘못 사는 사람들> 이라는 빼어난 칼럼집을 냈다. 그는 같은 제목의 글에서 한국 사회의 맹점을 잘 지적했다. 열심히>
학생들은 죽어라 공부하고 경영자는 퇴근을 하지 않는데 왜 국가적 학문의 수준과 경제는 나아지지 않는가? 생산성은 일에 대한 열정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가 이 글에서 주장한 내용이다. 방향이 잘못된 열정, 무모한 추진력, 내실 없이 바쁜 삶 이런 것들의 폐해와 부작용이 문제라는 것이다.
각 개인들이 잘못된 열정으로 열심히 잘못 산다면 그 사회, 국가도 마찬가지가 될 수밖에 없다. 도덕성은 자연히 낮아지고 실체가 의심스러운 전문성만이 앞가림의 방패로 남게 된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그럴 수는 없다. 전력과 행적보다 일을 잘 하는 게 중요하는 생각으로 쉽게 인선한 첫 내각이 이명박 정부의 점수를 결정적으로 깎아내린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는 일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요즘 각 부처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그 동안 잘 한 게 없다", "무엇 하려고 있는 조직이냐"고 질타하고 있다. 그러면서 공무원들에게 변화할 것을 강력히 주문하고 있다. 전 정권의 색깔과 물을 빼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다. 공무원들이 달라져야 하는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이 대통령이 며칠 전 지식경제부 업무보고에서는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는 일에서는 과감하게 정부가 손을 떼야 한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정부든 뭐든 관련기관이 있음으로써 오히려 그 분야의 발전을 저해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 전문성보다 도덕성이 더 중요
과감하게 손을 뗀 다음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조정과 통제를 주기능으로 삼아온 관료조직이 오랜 타성을 떨쳐 버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열심히'라는 점에서는 이 정부가 어느 정부 못지 않겠기에 자연히 걱정을 하게 된다. 옳은 방향을 모색하고 설정하는 것이 창조적 실용주의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개인이든 국가든 이제는 성실하게 도덕적으로 잘 살아야 하는 시대이지, 내실 없이 바쁘거나 열심히 잘못 사는 식이면 안 된다. 그런 점에서 전문성을 통어(統御)하는 윤리와 도덕성의 중요함을 늘 강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임철순 주필 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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