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은 특히 외국인이 얄밉다. 투자 방향은 엇박자 나기 일쑤고, 따라가 돈 좀 벌라치면 어느새 사라지고 없다. 리스크 관리 능력이 떨어지는 개인은 무엇보다 팔 타이밍을 잡기 어렵다. 최근 급락장에선 더더욱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국이다.
외국인들이 올 들어 계속해서 국내 주식을 팔고 있다. 19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하 등 영향으로 공격적인 반짝 순매수(5,319억원)를 기록한 것 외에는 눈에 띄는 ‘사자’ 행보가 없다.
미국에서 불어온 두 갈래의 훈풍(금리인하, 투자은행 실적)은 단 하루 만에 힘을 잃어 외국인은 20일 바로 매도세로 돌아섰다. 이날 외국인은 882억원 어치를 팔아치웠다. 세계금융시장이 불안하다는 심리와 경기침체에 대한 두려움이 여전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고민이 생긴다. 외국인을 따라 갈 것(매도)인가, 그 빈자리를 메울 것(매수)인가. 외국인의 과거 투자패턴을 살펴보는 것도 판단에 도움이 된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2005~2007년 3년 동안 우리나라 증시에서 발을 빼며 순매도 규모를 키워왔다. 반면 환란 이후인 1998년부터 2004년까지 외국인은 우리나라 주식(단 2002년만 순매도)을 끌어 모았다. 특히 98년과 99년은 코스피지수가 고작 300~700선이라 국내 개인과 기관들은 거들떠보지 않던 시점이다.
외국인은 그렇게 긁어 모은 한국주식을 코스피지수가 1,000선에 안착한 2005년부터 정리했다. ‘싸게 사 비싸게 판다’는 투자의 기본에 충실했던 것이다.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 비중이 가장 높았던 2004년 4월(44%남짓)과 비교하면 현재는 14%포인트 이상 낮아졌다.
이 때문에 외국인의 ‘컴백 코리아’(Come-back Korea)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최근 급락으로 한국 증시의 저평가 메리트가 부각되고 있는데다, 눈앞의 악재인 유동성 위기만 극복하면 외환위기 이후 한국에서 쏠쏠한 재미를 봤던 외국인이 언제든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이 돌아와 자리를 꿰찬 뒤에 투자에 나서는 개미는 자칫 외국인의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
심재엽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하반기쯤 외국인이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외국인이 떠난 자리를 채운다는 것은 역발상을 통한 수익 확보, 토종자본의 국내 증시 장악력 증대라는 측면에서 기회”라고 말했다.
관심을 가질만한 종목은 기초체력과 상관없이 외국인의 매도세가 지속됐던 업종이다. 이경수 신영증권 연구원은 “본격적인 지수 상승기 또는 단기적 상승기까지는 외국인의 과매도로 낙폭이 과했던 IT와 산업재 에너지 금융 업종에 대해 꾸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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