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민주당 비례대표 명단에는 눈길을 확 사로잡는 이름이 있다. 그런데 눈길을 잡기는 잡는데 보는 이의 심사를 영 불편하게 한다. 그 이름의 주인은 바로 최문순 전 MBC 사장이다.
들리는 얘기로는 최 전 사장은 재임 시절 내내 출마를 제안 받았고 이번 비례대표 공천에 신청한 것도 당의 제안 때문이라는 것이다. 삼고초려를 받았다는 것인데, 그가 이를 수용, 정치에 입문하겠다는 것은 자신의 선택이고 자유다. 그러나 서 있는 위치에 따라 지켜야 할 마지막 가치는 있다. 복잡하게 설명할 것 없이 그 가치는 MBC다.
MBC는 공영방송이다. 회사나 사주의 이익이 아닌 공공의 이익을 위해 보도하는 방송인 것이다. 아무리 언론의 신뢰가 떨어졌다고 해도, 또 어제까지 글을 쓰다 하루 아침에 정치권으로 기어들어가는 언론인들이 많아졌다 해도 공영방송을 책임졌던 사람이 어느 한 정당을 선택할 수가 있을까.
그가 재임 중 언론자유를 위해 던졌던 숱한 말들, 행동들은 다 무엇이란 말인가. 이런 일이 버젓이 일어난다면 국민들은 TV 뉴스를 보면서 공정하다고 느낄 수 있을까. 그리고 MBC에 남아있는 후배들이 안아야 할 당혹감은 얼마나 클 것인가.
민주당의 누가 그를 모시려고 했는지는 모르지만, 당내 시선도 곱지 만은 않다. 최 전 사장이 민주당과 성향이 비슷하지만 그가 비례대표가 되는 순간 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더욱이 민주당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의 정치적 편향성을 문제삼아 청문보고서를 채택해주지 않고 있다. 그런 민주당이 최 전 사장을 비례대표로 받아들이면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전형에 다름 아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최 전 사장의 처신에 대해 성명을 내고 “서글픔과 분노를 느낀다”고 했다. 그 말에다 한 자도 더하지도, 빼지도 않고 싶다.
정치부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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