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총통(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만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세계가 8년 만의 정권 교체 여부를 주목하는 가운데 티베트 변수까지 겹쳐 선거 판세가 흔들리고 있다. 이 때문에 마잉주(馬英九) 국민당 후보와 셰창팅(謝長廷) 민진당 후보 진영은 막바지 공세에 나서 상대방에게 흑색선전과 인신공격을 퍼붓고 있다.
티베트 소요사태로 주춤한 쪽은 ‘대 중국 경계심’을 자극하면서 대중 유화노선을 걷는 마 후보다. 마 후보가 18일 “티베트를 계속 억압하면 베이징 올림픽에 불참하겠다”고 강하게 나온 것은 티베트 역풍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선거 국면 전반을 지배하는 것은 민진당 천수이볜(陳水扁) 정권 8년을 심판하겠다는 정서다. 집권 이전의 절반 수준으로 곤두박질한 경제성장률, 대만 독립 노선으로 촉발된 대중ㆍ대미 갈등에 대한 국민의 염증, 천 총통 친인척들의 비리 등이 표심을 결정하는 주요 변수다.
마 후보가 7월 이후 셰 후보에 비해 2배 이상의 지지를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셰 후보가 같은 민진당의 천 총통을 비판해도 지지율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정도다.
이번 선거는 대조적인 두 엘리트 정치인의 승부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마 후보는 국민당의 ‘황태자’라 불러도 손색 없는 인물이다. 대만대와 미 하버드대에서 공부한 마 후보는 30대에 총통부 부국장을 지내고 43세에 법무부 장관으로 승진한 뒤 98년 천수이볜 당시 타이베이(臺北) 시장을 누르고 타이베이 시장에 올랐다. 출중한 외모와 부드러운 화술로 인기를 얻고 있지만 위기 돌파에 약하다는 평을 듣는다.
반면 셰 후보는 잡초 같은 생명력을 지녀 ‘오뚝이’로 불린다. 1980년 대만 민주화의 획을 그은 사건의 변호를 맡으면서 민주화 운동에 뛰어들었고 남부 가오슝(高雄) 시장에 올라 대중 정치인으로 발돋움했다. 민진당 후보 경선 당시 천 총통이 쑤전창(蘇貞昌) 전 행정원장을 지지하면서 궁지에 몰렸으나 끝내 후보가 됐으며 쑤 전 행정원장을 부총통 후보에 지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이번 선거에 세계의 시선이 몰리는 이유는 선거를 통해 중국-대만 즉 양안관계가 크게 바뀔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마 후보가 당선될 경우 갈등 일변도였던 양안관계에 봄이 찾아올 것으로 전망된다. 통일과 대만 독립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양안 현상 유지 정책을 밝힌 마 후보는 집권 후 대만-중국 직항 개설(通航)을 비롯해 교역(通商) 서신왕래(通郵) 등 3통을 실현해 양안 경제협력 수준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할 계획이다. 셰 후보 역시 현 천수이볜 정부의 급진적 독립 노선을 지양하고 극히 제한적인 현 소(小) 3통 정책을 중(中) 3통 정책으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노골적으로 마 후보가 집권하기를 바라는 눈치이고, 천 총통과 껄끄러웠던 미국 역시 친미 성향의 마 후보를 선호하고 있다.
홍콩 언론들은 최근 티베트 문제로 민진당 지지층과 20~30%에 이르는 부동층이 결집하고 술렁이면서 후보간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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