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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전쟁 발발 5년/ 빗나간 '단기전' 예측, 美 진퇴양난 수렁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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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전쟁 발발 5년/ 빗나간 '단기전' 예측, 美 진퇴양난 수렁속으로

입력
2008.03.19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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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계획대로 전개되지 않는다. 2003년 3월 20일, 세계 최강 군사력으로 사담 후세인 당시 대통령이 통치하는 이라크를 전격 침공한 미국도 이 진리에서 예외일 수 없었다.

미국은 개전 20일만에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를 점령하고 그 해 12월 13일에는 도피 중이던 후세인을 체포하는 개가를 올렸다. 당시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전쟁 승리를 선언했고, 19일 이라크전 5주년을 앞두고는 “이라크에서 민주주의가 꽃피고 있다”며 승리를 재차 주장했다.

그렇지만 워싱턴 포스트 등 주요 언론의 시각은 사뭇 다르다. 이들 외신은 이라크전에서 최종 승리에 이르기까지는 아직 길이 먼 반면, 민간군수기업(PMC)으로 대표되는 군수산업과 이란 정부, 테러 조직 알 카에다 등은 어부지리를 얻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19일 ‘이라크에서의 먼 길’이라는 기사에서 부시 정부가 후세인 제거라는 초기의 목표는 달성했지만 5년이 지나도록 철수하지 못하면서 미국 국민이 막대한 인적, 물적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5년간 6,000억 달러(약 560조원)를 전쟁비용으로 지출했다고 추정했는데 이는 개전 초기 부시 대통령이 예상한 500억~600억 달러의 10배 수준이다. 심지어 미 의회 예산국은 1조~2조 달러,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 콜럼비아대 교수는 4조 달러에 이른다는 추정을 내놓았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미 행정부와 미국 국민의 고통과는 대조적으로 PMC 등 군수산업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PMC란 미 국방부, 국무부 등과 계약하고 군사물자 수송, 외교관 경호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회사인데 PMC 요원은 1인당 연평균 44만 5,000달러를 벌고 있다. 이라크에는 PMC 직원 등 16만명의 군수업체 직원이 일하고 있다.

인디펜던트는 이란도 어부지리를 얻었다고 보도했다. ‘거대한 사탄’인 미국이 ‘거대한 적’인 후세인의 이라크 정권을 응징함으로써 힘들이지 않고 중동의 강자로 부상했다는 것이다. 이란은 같은 종파인 시아파의 이라크 정권 장악을 즐기고 있다. 인디펜던트는 또 테러조직 알 카에다도 미군이 이라크전에 몰두하는 틈을 타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에서 조직을 재건하는 등 실리를 챙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알 카에다는 이라크전으로 반미감정이 고조되면서 이라크에서도 조직 구축에 나서고 있다.

미국의 USA투데이의 지난달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국민의 60%가 이라크 주둔 미군의 철수를 찬성하지만, 상황이 개선될 때까지 주둔해야 한다는 의견도 35%에 이르렀다. 엄청난 비용과 희생을 치르고도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이제 와서 발을 뺄 수도, 그렇다고 안 뺄 수도 없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이 같은 딜레마는, 추락하는 미국 경제와 더불어 미국 대선의 핵심 쟁점이 됐다. 민주당의 오바마 의원은 처음부터 일관되게 전쟁을 반대했으며 힐러리 의원은 미군 철수를 주장하면서도 전쟁 개시 전 부시 대통령에게 전쟁 권한을 부여하는 표결에 찬성표를 던짐으로써 발목이 잡혀 있다.

이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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