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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쇄 수도회 마산 트라피스트수녀회 '세상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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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쇄 수도회 마산 트라피스트수녀회 '세상 속으로'

입력
2008.03.19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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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체스코 교육회관. 경남 마산시 수정마을 트라피스트수녀회 장혜경(50) 원장수녀가 기자들 앞에 앉았다.

트라피스트수녀회는 봉쇄수도회로 세상과의 접촉을 끊은 채 수도생활에만 전념하는 수도자들의 공동체다. 27명의 수녀가 하루종일 기도와 독서, 노동만 하고 여가 시간이 전혀 없는 엄격한 금욕생활을 한다. 외부와의 접촉은 병원에 갈 때나 국민투표 할 때 정도일 뿐이다.

그런 봉쇄수녀원을 이끌고 있는 장 수녀가 이날 기자들과의 만남을 자청한 것은 수녀원에서 멀지 않는 수정만 매립지에 들어서고 있는 조선기자재 공장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다이너마이트 폭발음과 같은 굉음이 난 얼마 후 마을 주민들이 수녀원을 찾아와 사정을 이야기 하며 도와달라고 요청을 해왔습니다.” 마산시가 경제 회생을 위해 주택용지로 매립한 이 땅의 용도를 공업용지로 바꿔 조선기자재 공장을 유치하려고 하는데 그럴 경우 홍합, 굴 양식 등으로 생계를 유지해온 300여 세대 1,000여명의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게 된다는 것이었다.

이미 용도변경 전에 가사용 허가를 받은 공장에선 선박 블럭을 용접하는 과정에서 굉음이 계속되고, 독성이 심한 페인트 가루가 날아들었다. 조선산업이 극심한 공해 산업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1987년 세워 20년동안 수녀들이 직접 손으로 야산을 일궈 가꿔온 수녀원의 수도생활에도 심각한 위협이 느껴졌다.

장 수녀는 세계 180여개 트라피스트수도회를 총괄하는 로마 총원에서 ‘외출 허가’를 받아냈다. 베르나르드 올리베라 총장 신부는 “주민들과 일치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외출허가를 해주었다고 한다.

장 수녀는 이후 마산시와 경남도 등 관공서와 STX조선 관계자들을 만나 조선기자재 공장 철회를 요구하는 활동을 했다. “84년 수녀회에 입회해 외출한 것보다 지난 넉 달여 동안 외출한 것이 수천 배는 될 겁니다.”

장 수녀는 “STX측은 수녀원에만 보상을 해주겠다고 하지만 어떠한 대항수단도 갖지 못한 힘없는 가난한 주민들을 외면하고 이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수도자의 삶의 본질에 어긋나는 것”이라면서 “봉쇄수도원안에 사는 우리가 주민들보다 아는 사람도 많고, 수단도 훨씬 많은 것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장 수녀는 “마산시보다 역사가 깊은, 신라시대부터 있었던 마을이 보존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했다.

남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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