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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임금 동결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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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임금 동결 유감

입력
2008.03.18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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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첫째를 낳으면서 직장을 그만 뒀다. 다시 구직에 나선 것은 노동시장을 떠난 지 13년 만인 2년 전. 아이들이 제 앞가림은 할 정도로 자란데다, 남편 월급만으로 가계를 꾸리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내는 외국계 회사 근무 경력 등을 담은 이력서를 헤드헌터에게 보냈지만, 지금껏 한 통의 전화도 받지 못했다.

대한민국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50%를 넘었다고는 하나, 가사와 육아 부담으로 경력이 단절된 전업주부들이 노동시장에 재진입하기는 거의 불가능한 게 현실이다.

아무리 고학력 여성이라도 대형할인매장의 계산원(캐쉬어)이나 학습지 교사 등 비정규직 일자리를 얻는 게 고작이다. 이 때문인지 남편이 번듯한 직장에 다니는 고학력 중산층 주부들이 월 100만원 안팎의 부업에 나서는 경우를 흔히 본다. 남편이 교사인 A씨는 아파트 단지에 신용카드를 배달하고 월 70만원을 번다.

남편 월급이 결코 적은 것은 아니지만, 하루가 다르게 물가가 치솟고 사교육비 부담도 커져 흑자가계는 꿈도 못 꾼다는 하소연이다.

중산층 주부들을 부업전선으로 내모는 이유는 분명하다. 남편 수입만으로 늘어나는 사교육비 부담과 사회보험ㆍ세금 등 공적 비용, 물가 급등을 감당하기 어려운 탓이다. 연봉이 괜찮다는 금융사 직원이나 대기업 간부, 박사급 연구원 등의 외벌이 가정도 예외는 아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 번 돈보다 쓴 돈이 더 많은 적자 가구가 10집 중 3집 꼴이었다. 월평균 소득 상위 30% 가구 중에도 적자 비율이 13%나 됐다.

새 정부 들어 임금 동결과 노사 평화가 재계의 화두다. 이 달에만 LG전자, 대한항공 등 10여 개 대기업이 무분규로 임금을 동결했다는 소식이다.

노사 모두 환율, 유가 등 어려운 경영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고통분담과 상생 노력의 일환이었음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올해 임금 가이드라인은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2.6%. 경총은 지난 20여년 간 생산성과 물가상승을 웃도는 임금상승이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돼온 만큼, 근로자의 고용 안정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임금 안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하지만 근로자 입장에서 볼 때 일부 노조의 임금 동결 수용이 썩 유쾌하지만은 않다. 임금은 올라도 삶의 질은 오히려 후퇴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최근 몇 년간 국내 대기업의 실적은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외환위기 이후 철저히 수익성 위주의 경영을 해온 덕분이다. 구조조정의 고통을 감내해준 근로자들의 희생도 컸다. 그래서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가 며칠 전 재계에 적극적인 임금 인상을 주문한 것이 이해가 된다.

"일본 경제 전체를 보면 대기업을 중심으로 거품기를 웃도는 최고 이익을 얻고 있다. 이는 구조개혁의 성과로, 개혁의 아픔을 참고 견뎌온 국민들의 노력의 산물이다."

근로자들에게 고통분담을 요구하는 만큼, 기업 오너나 최고경영자(CEO)들이 솔선수범 하고 있다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핵심임원 6명에게 지급한 평균 보수는 797억원으로 1인당 평균 133억원이나 됐다.

2006년(62억5,604만원)에 비해 2배 이상 많은 액수다. 임금 동결 요구에 앞서 자신들부터 배당을 줄이고 고액연봉 인상을 자제하며 비정규직과 하도급 근로자의 처우를 개선하는 게 순리일 것이다.

경제가 어렵다고 당장 임금부터 묶겠다는 발상은 이해하기 어렵다. 기업이 임금을 늘려 소비가 활성화하면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 성장을 위한 분배도 필요한 법이다.

고재학 경제부 차장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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