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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시장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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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시장 '두 얼굴'

입력
2008.03.18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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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롯데백화점 명품관 에비뉴엘에서는 아파트 한 채 값에 해당하는 2억7,000만원짜리 '오데마피게' 남성용 명품 손목시계가 팔려나갔다. 구입자는 비밀에 부쳐졌지만, 기업체를 운영하는 사람으로 알려지고 있다. 백화점측은 2억대의 시계가 국내에 들어온 지 불과 2개월 만에 주인을 찾은 데 크게 놀라고 있다.

#신혼인 조윤주(32ㆍ여)씨는 최근 들어 회사보다 더 자주 찾는 곳이 생겼다. 집 근처 저가형 마트인 천원숍이다. 월급봉투는 두툼해 질 낌새가 보이지 않는데 물가가 속절없이 오르다 보니 일주일에 10번 정도 들러 필요한 일용품을 구입하고 있다.

한달에 한 두번 갔던 할인마트조차 발길을 끊은 지 한달 여. 조 씨는 "가격이 500~5,000원대로 할인 마트 보다 더 저렴하고, 품질도 크게 떨어지지 않는 것 같다"며 "경제가 워낙 흉흉하다 보니 한 푼이라도 아껴야 겠다는 생각에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돈 씀씀이가 극과 극을 달리고 있다. 치솟는 물가에 시름이 깊어진 서민들은 지갑 열기를 주저하는 반면, 백화점의 해외 명품 매장에는 발디딜 틈이 없다.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소비의 양극화 현상은 18일 지식경제부가 내놓은 '2월 유통업체 매출 동향'을 통해서도 확인됐다. 지난달 백화점 명품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9.4% 늘어난 반면, 서민들의 생필품 구매처인 마트의 판매는 전년 동기비 1.5% 감소한 것.

▦ 명품 활기는 여전

경기에 아랑곳 없이 해외 명품 판매는 늘고 있다. 지난해 백화점 전체 매출이 역신장했던 4,5,12월에도 명품만은 15%가 넘는 매출 증가를 보였다. 백화점들도 '돈이 되는' 명품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명품 중의 명품으로 꼽히는 고가 브랜드를 잇따라 소개하고, 어린이, 지방의 부유층 등 새로운 명품 소비층을 개척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에는 최근 명품 중의 명품으로 꼽히는 이탈리아 남성 정장 브랜드 '키톤'을 선보였다. 상ㆍ하의 1벌에 최소 1,000만원한다는 키톤이 백화점에 들어가기는 처음. 갤러리아는 역시 1,000만원 안팎을 호가하는 수트 브랜드 '스테파노리치'도 내달 들여온다.

갤러리아는 올해 대전 지역에 최초로 '루이비통' '페라가모' 등의 브랜드도 진출시켰다. 신세계도 본점에 해외 명품 아동복 25개 브랜드로 구성된 편집매장을 열었다. 아동복이지만 가격대는 만만치 않다. 100만원을 넘는 수트와 드레스도 있다.

백화점의 매출도 갈수록 명품 소비층에 몰리는 현상을 보인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지난해 구입액 기준 상위 5% 고객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한 비중은 49.8%로 전년도보다 5.4%포인트 늘었고, 상위 1% 고객만 보더라도 전년도보다 4.1%포인트 늘어난 23.5%나 됐다.

▦ 서민 발길은 천원숍으로

천원숍 업체인 '다이소'의 수도권 가맹팀을 맡고 있는 이석원 차장은 요즘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 1년 전만 하더라도 가맹 문의가 하루에 1,2건에 불과했지만 요즘은 10여건으로 급증했기 때문. 이 차장은 "가맹 문의가 줄을 잇다 보니 현재 전국적으로 390개인 매장을 연내 470개로 늘릴 예정"이라며 "올해 1,2월 매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이상 급증했다"고 말했다.

소주 시장에서도 '자린고비'소비 분위기가 감지된다. 주류 업계가 주시하고 있는 것은 과실주를 담그는 데 쓰이는 '담근주' 시장. 진로 이규철 부장은 "경제가 나빠지면 직접 술을 담가 먹으려는 소비자들이 느는데다 담근주는 대용량에 도수도 높아 판매량이 늘고있다"고 설명했다. 국순당과 진로 등 담금주 생산업체의 관련제품 매출은 2005년 500억원대에서 지난해 750억원을 넘었다.

한 때 패밀리 레스토랑의 공습에 맥을 못 췄던 패스트푸드 업체도 실속파 소비자들의 발길이 잦아지면서 지난해 매출이 상승 반전했다. 롯데리아의 경우에는 2002년 5,561억원을 정점으로 하락 곡선을 긋다 지난해 3,800억원을 기록, 전년보다 277억원 늘었다. 패밀리 레스토랑의 매출액이 13% 감소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니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안형영 기자 truestor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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