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자금 흐름을 왜곡시킨다는 비판을 받아온 국부펀드(sovereign fund)가 투기적 양상을 보이고 있는 최근의 급격한 원유가 인상에도 큰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천문학적인 자본을 앞세운 국부펀드들이 단기 투기자본인 헤지펀드와 마찬가지로 원유 선물시장의 투기적 거래를 부추기고 이를 통해 엄청난 이득을 챙기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공식 통계가 발표되지 않아 이런 ‘혐의’를 입증할 수는 없지만, 원유의 생산ㆍ소비에는 가담하지 않는 이들의 투기적 ‘서류(paper) 거래’의 급증이 원유시장의 이상 과열을 조장한다고 보고 있다.
국부펀드들이 원유선물 시장에 공격적으로 뛰어드는 것은 ‘원유에 대한 국제수요의 증가’와 ‘달러가치 하락에 대한 완충’, 두 측면에서 해석할 수 있다. 국부펀드는 고유가로 막대한 달러를 끌어들이고 있는 중동, 특히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걸프만 국가들이 주도하고 있는데, 이들 펀드는 원유 공급시장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최근의 원유 수요증가를 가격인상 요인으로 활용하고 있다.
달러가치가 급격히 하락하고 원유의 선ㆍ현물 거래가 달러화로 이뤄진다는 것도 국부펀드들이 원유시장에 매력을 느끼게 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결제 화폐인 달러가 계속 하락세를 그리는 한 원유가는 반대로 계속 오를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원유의 수요ㆍ공급 그래프 자체에 근본적인 변화가 오지 않는 한 ‘약달러→고유가’의 순환고리는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걸프만 국가들이 자국 화폐를 대부분 달러에 연계(peg)하고 있는 것도 ‘리스크 분산’이라는 측면에서 투기거래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도록 하는 요인이다.
지난해 뉴욕상품거래소의 원유선물 거래 규모는 48만 계약을 넘어섰다. 이는 2006년의 28만 계약보다 70%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이 가운데 생산ㆍ소비가 수반되지 않는 비(非) 상업적 거래도 급증해 2002년 전체 거래의 6분의 1에서 올해는 3분의 1까지 급증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같은 비정상적 거래 형태의 폭발적 증가의 이면에는 국부펀드의 탐욕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다.
황유석 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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