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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4 탈락 위기…승부수를 던지다/ 하나금융 '매트릭스 전술' 조직 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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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4 탈락 위기…승부수를 던지다/ 하나금융 '매트릭스 전술' 조직 개편

입력
2008.03.17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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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브레이브하트> 의 ‘스털링 전투’ 장면. 잉글랜드 대군이 총사령관의 지휘아래 궁병 기병 보병 순서대로 전투공식(재래형 조직)에 따른 일사불란한 공격을 퍼붓는다. 스코틀랜드의 지도자 윌리엄 월레스는 적은 보병(민중)으로 악전고투 하지만 잉글랜드의 후미를 치는 스코틀랜드 기병(귀족)의 출현이 대반전을 이끈다. 매트릭스(Matrix) 조직(좌우, 상하를 따로 나눈 이원적 조직)이 상하관계가 뚜렷한 재래형 조직을 무너뜨린 사례다.

하나금융그룹이 이런 ‘매트릭스형’으로 조직개편을 준비중이다. 계열사 위주의 수직구조에서 업무ㆍ기능에 따른 수평구조로 조직 틀을 뜯어고치는 것이다. 그룹 계열사를 개인금융BU(Business Unit), 기업금융BU, 자산관리BU 등 세 부문으로 나누고 이를 총괄하는 부회장직을 신설하는 내용. 기존 법인은 그대로 두고 은행 증권 보험 등 각 계열사에 관계없이 기능이 같은 업무는 같은 전략 하에서 함께 움직인다는 설명이다.

하나금융은 “미국의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모델 등 글로벌 금융회사에선 보편적인 조직형태”라고 설명했지만 사실 국내 환경에선 낯설다. 그럼에도 이런 모험적 시도를 하는 이유에 대해, 은행권에선 ‘하나금융이 비장한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사실 하나금융은 몇 년간 별 재미를 못 봤다. 외환은행 LG카드 인수에 잇따라 실패하는 사이 경쟁은행들은 몸집을 불려나갔고, 국민-우리-신한-하나의 ‘빅 4’체제는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이젠 기업은행의 추격에 4위 수성(守城)을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이번 조직개편은 계열사간 시너지 배가를 위한 난국 돌파용 카드인 셈이다.

은행장 교체도 같은 맥락이다. 하나금융은 17일 은행장후보추천위원회를 열어 하나은행의 차기 행장후보로 김정태 전 하나대투증권사장을 추천했다. 김종렬 현 행장은 신설되는 총괄부회장을 맡고, ▦김정태 행장내정자가 개인금융BU ▦윤교중 지주사장이 기업금융BU ▦김지완 전 하나대투증권사장이 자산관리BU를 맡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전면적 조직개편에 이어 김승유 회장을 제외한 그룹 수뇌부를 완전 재배치하는 ‘초강수’를 띠운 셈이다.

조직과 인사를 확 바꾼 하나은행의 승부수에 대해 시장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다. 백동호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은행 증권 보험 등의 겸업화 추세라 방향은 맞다”며 “은행보다 관심이 덜했던 비은행 부문에도 힘이 실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구용욱 대우증권 금융서비스팀장은 “기능별로 묶으면 기존 자회사간 실적이나 성과에 대한 이해관계를 떠나야 하는데 이게 어긋나면 혼선이 생기고 오히려 비효율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코틀랜드가 결국 매트릭스 조직(귀족 기병)이 성과 문제로 틀어지면서 패한 것처럼.

결국 관건은 두 가지다. 하나는 계열사에 대한 지주사의 조정력과 장악력, 다른 하나는 조직이 바뀐 만큼 문화와 직원마인드도 얼마나 바뀌느냐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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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태 하나은행장 내정자/ "영업전선 선봉 서겠다"

“보스가 아닌 리더가 되겠다.”

차기 하나은행장으로 사실상 내정된 김정태 전 하나대투증권 사장의 지론이다.

그의 이력을 보면 하나은행의 향후 전략은 확실히 영업에 힘이 쏠릴 것으로 예상된다. 15개월 외도(하나대투증권 사장)를 빼고는 20년 넘게 은행(서울ㆍ신한ㆍ하나)에서 잔뼈가 굵은 ‘영업통’이기 때문. 보스 아닌 리더를 선언한 것도, 본인 스스로 영업 경쟁의 최전선에서 뛰겠다는 뜻으로 풀이되고 있다. 하나은행의 한 간부는 “본인의 아이디어를 감추고 직원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며 단점은 빼고 장점만 보고 인사를 하는 스타일”이라고 평했다.

임직원들은 매트릭스형 조직개편과 관련, 김 내정자의 카리스마와 조직 장악력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하나지주 부사장과 하나대투증권 사장 등을 거친 만큼 다른 계열사와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의 어깨는 아주 무겁다. 당장 서울은행 합병과 관련해 부과된 거액의 법인세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LG카드와 외환은행 인수 실패로 성장 한계에 봉착한 하나은행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제시해야 한다.

은행원 초기 시절 손이 커서 주판을 못 튀겼던 문제아, 전 국민은행장과 한자 이름(金正泰)까지 같아 은행장이 될 욕심을 버렸던 동명이인이 하나은행 마운드에 구원투수로 설 차비를 하고 있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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