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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 愛] 증시는 내 손 안에… '골드미스' 애널리스트 3인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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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 愛] 증시는 내 손 안에… '골드미스' 애널리스트 3인방

입력
2008.03.17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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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좋아야 한다구요? 그보단 강한 체력이 필요합니다.”

“모두 억대 연봉자요. 그런 분 그리 많지 않아요.”

“직업 수명이 짧다구요? 그건 옛날 얘기죠.”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만난 세 명의 젊은 여성들은 자신의 직업에 대해 사람들이 흔히들 갖고 있는 오해와 편견을 해명하기에 바빴다. 그들은 다름아닌 시장과 기업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으로 주가를 쥐고 흔드는 증권사 여성 애널리스트. 펀드매니저와 달리 여성 파워가 갈수록 세지고 있는 애널리스트의 세계를 굿모닝신한증권 강희승(34) 수석연구원(의류/화장품), NH투자증권 최새림(30) 연구원(의류/화장품), 미래에셋증권 손지선(29) 연구원(증권/보험)을 만나 들어봤다.

여성 애널리스트의 하루

애널리스트란 직업이 강한 체력을 요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강 연구원은 매일 아침 7시30분 모닝미팅을 한다. 따라서 야간 상황을 체크하고 회의용 보고서를 작성하려면 늦어도 6시30분에는 출근해야 한다. 한 시간 회의를 마치고 나면 오전 내내 ‘기관 콜’을 한다. 기관 콜이란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 등에 전화를 해 자신이 쓴 종목 리포트를 소개하는 것. 강 연구원은 “분석하고 리포트 쓰면 끝이 아니라 자신의 리포트를 투자자에게 세일즈하는 마케팅 업무가 점차 강화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오후에는 주 1~2회 정도 자신이 전공하는 종목의 기업을 탐방한다.

사무실 안에서 데이터만 보고 리포트를 쓸 수도 있지만 발로 뛰어야 그만큼 차별화한 리포트가 나온다고 그녀는 설명했다. 기업 탐방이 없을 때에는 ‘업종설명회’라고 하는 기관 프리젠테이션을 나간다. 직접 투자자를 만나 리포트를 소개하는 일이다. 이렇다 보니 정작 자신의 주업무인 리포트 작성은 자연스레 야근거리일 수밖에 없다. 강 연구원은 “리포트를 쓰고 나면 밤 12시가 되기 일쑤”라며 “새벽에 출근해야 하니 집에는 정말 잠깐 들르는 셈”이라고 말했다.

워낙 시간이 없어 연애하기도 힘들겠다 싶어 물어보니 세 애널리스트 모두 미혼이란다. 그야말로 ‘골드미스 애널리스트 3인방’인 셈이다. 최 연구원은 “업계에선 리포트 쓰는 (바쁜) 주에 꼭 애인과 헤어진다는 징크스가 생길 정도”라고 말했다. 강 연구원은 “회사도 일 외에는 신경 쓸 게 없는 싱글을 선호하는 것 같다”며 웃었다.

억대 연봉자? ‘그때그때’ 달라요.

조심스레 연봉을 물어보자 손 연구원은 “사람마다 워낙 달라 평균적으로 얘기할 순 없지만 억대 고액 연봉자는 얼마 안 된다”며 “경력이나 맡은 종목에 따라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우리와 같은 증권 관련 직종은 ‘시황 따라간다’는 말이 있다”며 “예를 들어 2000년대 초반 IT버블이 꺼졌을 때에는 처우가 그리 좋지 못했고, 증권사 인수합병(M&A)이 활발해지고 주가도 장기적인 상승 추세에 있는 요즘은 연봉이 은행권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명색이 애널리스트인데 ‘주식투자로 엄청난 돈을 벌지 않을까’하고 물었더니 대뜸 ‘오해’라고 답한다. 손 연구원은 “애널리스트는 모든 증권사 직원처럼 증권저축계좌를 통해 자기 본봉의 절반 수준으로 투자금액이 제한돼 있다”고 했다. 더구나 애널리스트는 소속 증권사에서 발행하는 모든 보고서에서 분석하는 기업에 대한 매매가 금지돼 있고, 소속사와 관련된 재산과 직접적으로 이해관계가 상충할 수 있는 유가증권 종목도 매매할 수 없다. 이렇다 보니 애널리스트들은 주로 펀드나 우량주에 대한 장기투자를 선호한다고 귀띔했다.

여성 애널리스트로 산다는 것

여성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긴 하지만 애널리스트 역시 여느 증권가와 마찬가지로 남성들이 더 많다. 자산운용협회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여성 애널리스트는 4명 중 한 명(984명 중 219명)꼴이다. 특이한 점은 여성 애널리스트 중 123명(56.2%)이 30세 이하 였고, 31~35세도 72명(32.9%)이나 되는 반면, 40대 여성 애널리스트는 단 3명에 불과했다는 것.

7년의 경력을 가진 강 연구원은 “과거에는 그랬지만 이젠 추세가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 연구원은 “처음 애널리스트를 시작한 2000년 즈음에는 35세면 다들 끝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요즘은 35세면 한창이고, 지금은 열정적으로 일하는 40대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업력이 길어질수록 전문화되고, 인맥 네트워크도 그만큼 넓어지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여성으로서 겪는 고충도 있다. 최 연구원은 “결혼을 할 경우 육아휴직을 하고 돌아오면 시장을 읽는 감각이 떨어져서 결국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며 “가족들의 전폭적인 지원이 없으면 여성 애널리스트들이 오래 일하기란 정말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대로 여성이라 더 강한 점도 있다. 최 연구원은 “오직 실력으로만 평가 받을 수 있어 여성에게 더 좋은 직업”이라고 말했다. 애널리스트의 자체 평가기준은 매우 세부적인 것으로 유명한데, 심지어는 기관에 전화한 횟수까지 점수로 평가된다. 이런 평가에 성별에 대한 선입견이 끼어들 자리가 없다는 것. 손 연구원은 “최근 해외기업 리서치나 해외 IR 등의 업무비중이 늘어나 외국어 실력이 중요해진 것도 여성에게 유리한 측면”이라고 덧붙였다. 이렇다 보니 여성 비중은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애널리스트 전 단계라고 할 수 있는 리서치 어시스턴트(RA)는 약 80%가 여성이다.

좋은 애널리스트의 조건을 묻는 질문에 이들은 한결 같이 ‘성실함’‘솔직함’‘신뢰감’을 꼽았다. 손 연구원은 “주가는 맞출 수도 틀릴 수도 있다”며 “단기성과에 집착하지 않고 투자자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는 ‘장기투자’와 같은 자세가 훌륭한 애널리스트를 만든다”고 말했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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