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임위원회 위원장에게 투표권이 있는지 몰랐습니다.”
이 달 5일 서울 양천구가 구의회 행정재경위원회에 제출한 개편안이 의회에서 수정돼 ‘출석위원 8명 중 4명의 찬성’으로 가결된 후 구의회가 내놓은 해명이다. 위원장을 포함 8명이 출석했지만 위원장은 투표권이 없다고 판단, 출석인원을 7명으로 잡아 4명을 과반으로 계산했다는 뜻이다.
이날 구청이 제출한 개편안은 외교통상부 지침에 따라 ‘여권과’를 신설한다는 내용이었고, 구의원이 내 통과된 수정안은 여권과 대신 민원봉사과 내에 ‘여권팀’을 신설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수정안이 가결된 데에는 앞서 여권과를 신설한 구들이 뒤에 민원여권과로 통합했다는 설명이 설득력을 얻은 때문이었다.
이를 지켜본 한 구민은 지난해 큰 폭으로 의정활동비를 올리더니 ‘구의원들이 달라지긴 달라졌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과거 구청 집행부의 뜻을 단순히 좇던 이들이 법안을 이해하고, 문제점을 파악ㆍ지적한 뒤 수정안까지 제시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평가는 오래가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출석인원이 조작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절차상의 문제가 불거졌고, 구의회는 이튿날 다시 긴급회의를 열어 6명 찬성으로 수정안을 재의결했다.
의회 관계자들은 표결 과정이 잘못됐다는 걸 인정하면서 “위원장에게 투표권한 여부가 불확실해 생긴 해프닝”이라고 해명했지만 뒷맛은 개운치 않다. 지금까지 상임위 표결을 하면서 위원장에게 투표권이 있는지조차 몰랐다는 걸 구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구의회는 차라리‘출석인원을 잘못 헤아려 생긴 해프닝’이라고 둘러대는 편이 나았을지 모르겠다.
사회부 정민승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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