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과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이 맞붙는 서울 동작을이 4ㆍ9 총선의 최대 흥행카드로 떠올랐다. 정 최고위원은 2002년, 정 전 장관은 지난해 대선후보로 나선 경험이 있어 '미니 대선'이라는 평도 나온다.
두 사람의 대결은 개인적인 악연까지 겹쳐 더욱 드라마틱하다. 2002년 대선 하루 전날인 12월18일 밤. 국민통합21 정몽준 대표가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지지를 철회하는 사건에는 정동영 전 장관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 때 서울 명동입구 유세에서 노 후보는 '다음 대통령은 정몽준'이란 피켓이 눈에 띄자 "속도위반 하지 말라. '대찬 여자'추미애도 있고, 국민경선을 지킨 정동영도 있다"고 외쳤다.
단일화의 상대였던 정몽준보다 정동영 추미애가 차세대감이라는 뉘앙스였다. 정몽준 의원은 격분, 나머지 지원유세를 포기했고 급기야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지지로 돌아선 바 있다.
그러나 이런 악연은 그저 감정적 응어리일 뿐이다. 이번 대결은 그런 작은 차원을 넘어 정치생명을 건 죽느냐, 사느냐의 쟁투다. 승자는 당을 살렸다는 화려한 명분과 실리를 갖고 패자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구도다.
특히 두 사람은 자신의 아성인 울산과 전주에서 당선됐을 뿐이어서 서울은 대단히 매력적인 브랜드다. 그래서 한 발자국도 물러설 수 없다.
정 의원은 승리하면 곧바로 한나라당의 7월 전당대회에서 당권 도전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그는 이번에 최측근인 홍윤오 씨마저 낙천될 정도로 당내 기반에서 취약점을 보였다.
헌신한 적이 없기에 요구할 수도 없었던 것이다. 때문에 그의 서울 출마는 몸을 던지는 모습으로 한나라당에 뿌리를 내려 2012년 대권을 겨냥하겠다는 야심찬 카드다.
반면 정 전 장관에게 당선은 대선패배의 족쇄를 던져버리고 다시 날 수 있게 됨을 의미한다. 정치컨설팅업체 '폴컴'의 윤경주 대표는 "MJ(정몽준)가 DY(정동영)를 도와준 측면도 있다.
DY가 남부벨트를 맡는다고 했지만 대선후보였던 거물이 다소 편한 지역을 선택했다는 지적도 있었는데 MJ가 합류함으로써 오히려 DY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기대 값이 크면 리스크도 큰 법. 낙선은 치명적이다. 본인과 당이 모두 패하면 그 책임을 송두리째 안을 수도 있다. 정치의 시계는 패자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이번 승부의 패자는 승자가 대권이라는 원대한 꿈을 향해 달려가는 것을 그저 쳐다봐야 하는 고통까지 안아야 한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인터넷한국일보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