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혜진아. 널 이렇게 만든 놈이 붙잡혔단다.”
유력한 용의자 검거 소식에, 부모의 가슴은 다시 한번 무너졌다. 어린 천사의 목숨을 앗아간 용의자가 검거된 16일 밤, 하늘을 찢을 듯한 통곡이 다시 이혜진(11) 양의 빈소를 뒤흔들었다.
안양 메트로병원에 차려진 빈소를 온종일 지키던 이양의 부모는 용의자의 검거 소식을 전해 듣고 딸의 이름을 목놓아 부르며 참았던 울분을 한꺼번에 토해냈다.
온 종일 정신을 놓다시피 했던 이양의 어머니 이달순(42)씨는 발만 동동 구르며 눈물을 흘리다 끝내 영정 앞에 쓰러졌다. 어머니는 딸의 영정을 붙들고 피를 토하듯 울부짖었다. “혜진아…. 네가 이제 편히 갈 수 있겠구나.”
눈물도 말라버린 듯 굳은 표정으로 막내딸의 죽음을 의연하게 받아들이려 애쓰던 아버지 이창근(47)씨도 “내가 이 나쁜 놈 면상 좀 직접 봐야겠다”며 분을 참지 못했다.
그래도 밝게 웃고 있는 영정 속의 혜진이가 다시 돌아올 수는 없다. 어머니 이씨는 “범인이 붙잡힌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우리 딸은 돌아올 수가 없는데…. 이제 볼 수가 없는데 어떻게 해”라고 울부짖었다.
빈소를 함께 지키던 조문객들은 용의자가 이웃에 살던 주민이라는 소식에 “어떻게 그렇게 가까운 곳에 범인을 놔두고도 몰랐나.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기가 막힌다”며 “예슬이만이라도 꼭 살아있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이양과 함께 실종된 우예슬(9) 양의 어머니 윤희란(35) 씨는 주위 사람들을 붙잡고 “우리 예슬이는요? 예슬이는 살아있나요?”라고 물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윤씨는 “지금은 아무 생각도 안 난다. 그저 우리 예슬이만 살아있으면…”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나마 “범인을 꼭 잡아야 돼”라는 말을 주문처럼 되뇌였던 이양 아버지의 비통한 소원은 결국 혜진이가 하늘로 떠나기 전날 이루어졌다. 이양의 영결식은 당초 16일 치러질 예정이었지만, 유가족의 뜻에 따라 17일로 미뤄졌다. 어머니 이씨가 “혜진이가 그렇게 좋아하던 학교와 정든 집을 들렀다 갔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빈소의 조문객들은 “혜진이가 하늘에서 도운 듯 하다”며 “이제 편히 하늘나라로 떠날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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