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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생의 한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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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생의 한가운데

입력
2008.03.16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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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제 린저 / 문예출판사 젊음의 우상이었던 '니나' 한반도와도 각별한 인연

2002년 3월 17일 독일의 작가 루이제 린저가 91세로 사망했다. 루이제 린저는 아련한 이름이다. 지금도 잘 찾아보면 오래 손이 가지 않은 책장 어느 구석쯤에서, 시간의 무게를 인 채 책장이 바래가는 루이제 린저의 책 한두권 발견할 독자들 있을 것이다. <생의 한가운데> 혹은 <잔잔한 가슴에 파문이 일 때> 같은 책들이다.

<생의 한가운데> 는 1950년 발표된 루이제 린저의 대표작이다. '생의 한 순간까도 완벽하게 사랑한 여자, 자유에의 강렬한 의지로 자기만의 길을 걸어간 여자‘인 주인공 니나는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니힐에 빠져있던 세계 젊은이들의 우상이었다. 20년 연하의 니나를 18년 동안 지켜보며 흠모하다가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의사 슈타인의 일기와 편지 등을 통해 본 니나의 모습으로, 사랑과 삶의 의미를 탐구한 소설이다.

한국에서는 전혜린의 번역으로 1967년 처음 소개된 후, 저작권 개념이 없던 시절 수없이 중복출판되면서 마치 해적출판의 표본처럼 여겨지기까지 한 책이다. 니나의 모습에는 당연하게도 작가 루이제 린저 자신의 모습이 투영돼 있다. 반 나치 활동으로 1944년 사형 선고를 받고 투옥됐다가 2차대전 종전과 함께 출옥했던 린저의 작품세계의 두 줄기는 휴머니즘과 사회참여다. 그는 1984년에는 독일 녹색당의 대통령 후보이기도 했다.

린저는 한반도와 유독 인연이 깊었던 작가였다. 1975년 한국을 방문한 뒤 방한기를 썼던 그는 1977년에는 작곡가 윤이상과의 대담 형식으로 윤이상의 생애에 자신의 예술관을 더한 전기 <상처입은 용> 을 냈다. 1980년 이후에는 여러 차례 북한을 방문, 김일성과도 각별한 친분을 나눴던 그가 쓴 북한 방문기가 <또 하나의 조국> 이다. 린저는 이 책에서 북한을 '순박하고 인정 많고 때묻지 않은 인민의 천국'으로 묘사, ‘전후 독일의 가장 뛰어난 산문작가’는 자신의 이름에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편향된 친북작가라는 오점을 남겨야 했다.

하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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