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를 놓쳐, 혹은 갈 수 없는 곳이라서 보지 못했던 ‘괜찮았던 전시들’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지난 한 해 국내외에서 열렸던 한국 작가들의 인상적인 작업들을 한데 모은 그룹전 ‘Correspondence’가 서울 화동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김선정 독립큐레이터가 전시기획ㆍ연구소 ‘사무소(SAMUSO)’를 통해 기획한 전시로, 2007년 열렸던 전시들에 대한 ‘조응’이라는 의미에서 ‘Correspondence’라고 이름 붙였다.
전시에 초대된 작가들은 김기라, 김윤호, 안정주, 오형근, 함경아 등 5명. 김기라의 작업은 베이징 중국미술관에서 열렸던 한국작가전 ‘원더랜드’에 선보인 설치작품 ‘편집증 환자로서의 비밀정원(A Security Garden As A Paranoia)’이 선택됐다. 난초화분, 도자기 등 고의적으로 조악하게 수집된 동양의 표상들이 서구의 오리엔탈리즘을 꼬집는다.
대안공간루프와 쌈지스페이스에서 전시했던 함경아의 작업은 현실정치를 비꼬는 기발한 재치와 함의가 웃음과 사고를 동시에 유발한다. 깨지기 쉬운 물성으로 인해 보존과 돌봄의 상징으로 여겨져온 도자로 파괴와 살상의 도구인 테러용 소총을 만든 ‘청화백자 프로젝트’, “911 음모론 쉽사리 안 풀려”, “이라크 보디빌딩 인기” 같은 기사들을 북한 고어체의 시어로 번역해 북한활자로 제작한 ‘병풍삐라’ 등이 이 작가의 정치색을 유쾌하게 보여준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산하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렸던 개인전 <다섯 번째 여행> 에 나왔던 김윤호의 비디오작품은 단지 총성을 음향효과로 덧입힘으로써 불꽃놀이의 축제 장면을 순식간에 테러 공습의 아수라로 지각 변환시키면서 ‘쇼로써의 전쟁’을 부각시킨다. 다섯>
금호미술관에서 선보였던 안정주의 영상작품은 소주공장의 자동공정을 대형 화면에 부각, 반복함으로써 대량생산과 무한복제의 공포를 강조하고, 한미사진미술관의 그룹전에 출품됐던 오형근의 사진작품들은 화장한 소녀들의 어설프고 어색한 모습을 클로즈업해 시대의 거울로서의 인물사진을 보여준다. 전시는 4월 20일까지. 월요일은 휴관. (02)739-7067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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