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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 검거 왜 늦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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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 검거 왜 늦었나

입력
2008.03.16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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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진(11) 우예슬(9) 양을 납치, 잔인하게 살해한 범인은 예상대로 두 어린이와 가까운 곳에 살고 있었다. 용의자 정모(39)씨는 지난 13일 우 양의 시신이 발견된 이후 범죄 전문가들이 분석한 대로 우 양 집에서 불과 150m 떨어진 곳에 살면서 같은 교회를 다니는 인물이었다. 또 아동 성범죄 등 유사 범죄 전과가 없는, 혼자 사는 30대 남자였다. 더구나 용의자는 두 어린이가 실종된 직후부터 경찰이 인근 우범자를 토대로 파악한 수사대상에 올라 있던 인물 중 한 사람이었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이 사건 발생 이후 80일이 넘도록 범인을 잡지 못한 채 허송세월을 했던 데 대해 비난이 일고 있다. 대부분 범죄 전문가들은 경찰이 이 양과 우 양 실종사건 접수 이후 초동 단계에서 적극적으로 수사를 했다면 일주일 내에 잡을 수 있었던 범인을 80일이 넘도록 잡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범죄 전문가는 “경찰이 수사 교범대로만 했더라면 늦어도 올해 1월초에는 용의자를 검거했을 것”이라며 “솔직히 2월말까지 경찰은 범인을 적극적으로 잡으려는 수사보다는 적당히 잡는 시늉만 했다”고 비판했다.

사건 발생 초기 경찰의 움직임은 지극히 소극적이었다. 범죄 심리학자의 조언과 수집된 물증, 사건 발생 당시의 정황 등을 토대로 범인의 윤곽을 좁혀가는 적극적인 수사는 하지 않은 채 시민 제보에만 의존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 관계자는 “경찰은 금품 요구 전화가 없었기 때문에 성도착자가 철저히 자신을 은닉하며 저지른 범행으로 파악, 희생된 어린이 주변에 대한 적극적 탐문보다는 시민 제보에만 매달렸다”고 말했다.

실제 경찰은 지난해 12월 31일 공개 수사로 전환한 직후, “2~3건의 제보가 들어왔으나, 결정적인 게 없어 수사가 지지부진하다”고 밝혔다. 범인 검거에 결정적 역할을 한 루미놀 반응 시험과 같은 적극적인 추적은 거의 하지 않았다.

경찰은 대부분 수사 인력을 탐문 수사보다는 전시성 수사에 투입했다. 지난해 12월 31일부터 일주일간 연인원 5,000명의 병력과 수색견, 헬기를 투입해 사건과는 관련 없는 인근 야산을 뒤지고 다녔다. 또 수배전단 16만부를 전국에 배포하고, 두 어린이의 집을 중심으로 안양 일대에 40여개의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정권 교체기와 맞물려 경찰 조직의 기강이 크게 흐트러지면서 소극적이고 전시성 위주의 수사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의 눈빛이 달라진 건 지난 5일부터다. 신임 경찰청장이 수사본부인 안양경찰서 냉천치안센터를 방문, “원점에서 다시 수사를 하라”고 지시한 뒤 부랴부랴 정석 수사를 재개했다. 수색 범위를 확대한 와중에 지난 11일 수원에서 혜진양 시신이 발견됐고, 13일부터는 피해자 집 주변 용의자 800여명을 대상으로 한 혈흔반응 검사를 시작했다. 정신이 번쩍 든 경찰이 전력을 다해 수사에 나서자마자 80여일 동안 잡지 못했던 범인은 바로 검거됐다.

이태무 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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