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100일이었다. 두 손 맞잡은 연인과 어깨를 마주댄 친구들, 엄마 품에 안긴 꼬마, 다정히 팔짱 낀 노부부까지…, 때로는 뭉클했고 때로는 울컥했다. 80만 한국인의 가슴에 이글거리는 열정과 감동의 화인을 찍고, 반 고흐가 떠난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지난해 11월24일 개막한 ‘불멸의 화가-반 고흐’전이 3개월여의 전시를 마치고 16일 폐막했다. 한국일보사와 서울시립미술관이 공동 주최한 반 고흐전은 총 관람객 82만명이 찾은 것으로 최종 집계됐다.
이는 2004년 서울과 부산에서 5개월간 총 70만명이 관람한 ‘색채의 마술사-샤갈’전이 갖고 있는 종전 국내 최다 관람객 기록을 3개월이라는 짧은 전시기간 동안 갈아치운 것으로, 국내 미술전시사의 이 전무후무한 기록은 당분간 깨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루 평균 8,200명이 찾은 기념비적인 관람객 숫자는 어쩌면 예견된 것이었다. 한국인들이 유난히 편애하는 화가 빈센트 반 고흐는 전시 개막과 함께 각종 기록 릴레이를 쏟아냈다.
개막일 최다 관람객(8,000명)을 시작으로 10만명 단위의 관람객 기록을 돌파할 때마다 최단기간 누적관람객 기록을 경신했고, 폐막을 앞둔 15일과 16일 각각 2만1,000명이 관람해 종전 1만3,000명이었던 1일 최다 관람객 기록을 갈아치웠다.
방학이 끝난 3월 들어서도 관람객은 줄지 않았다. 해가 진 오후 7시 이후에도 평균 2,000여명이 미술관 안으로 들어서기 위해 덕수궁까지 길게 줄을 늘어서는 진풍경을 연출했으며, 주말에는 시청 잔디광장까지 줄이 이어졌다.
중요한 것은 숫자만이 아니다. 반 고흐의 유작 절반을 소장하고 있는 네덜란드 반고흐미술관과 크뢸러뮐러미술간 두 곳에서 대여한 65점의 작품 리스트엔 ‘자화상’과 ‘아이리스’, ‘프로방스의 시골길 야경’ 같은 대표작들이 대거 포함돼 전 세계 어느 전시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시장에서 만난 관람객 이현화(31)씨는 “반 고흐가 정신병원에서 그린 그림들을 보면서 ‘행복은 이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을 보는 것’이라는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 속 구절을 절로 떠올리게 됐다”며 “표현하지 않을 수 없어서 표현한, 영혼에서 터져나온 그의 붓질에 눈물이 핑 돌았다”고 말했다. 연금술사>
반 고흐전을 보기 위해 경북 구미에서 새벽 기차를 타고 홀로 상경한 김재우(31ㆍLIG넥스원 직원)씨는 “반 고흐의 붓터치와 질감을 직접 보기 위해 휴가를 내고 미술관을 찾았다”며 “달무리와 사이프러스를 어떻게 그렇게 자기만의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지 신기하고도 감동적”이라고 감탄했다.
미술전문가들의 평가도 후했다. 삼성미술관 리움의 오승희 큐레이터는 “아이리스 등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품들을 볼 수 있어서 너무 기뻤고, 함께 전시를 보러 갔던 어린 딸이 반 고흐 작품의 색감에 푹 빠져서 교육적으로 뜻 깊은 전시였다”면서 “반 고흐 예술세계의 핵심을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고 평가했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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