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임기의 국회(마즐리즈)의원 290명을 선출하는 이란 총선이 14일 오전 8시 이란 전역 4만5,000여개 투표소에서 실시됐다. 이번 선거는 핵 개발 의혹으로 미국 및 서방과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에 대한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띠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란 정부가 국가 차원에서 유권자의 투표를 독려하면서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이끄는 강경 보수파의 압승을 예견하고 있다.
그러나 후보등록 과정에서 배제된 개혁파가 부정 선거를 제기하고 있는 데다 물가상승과 생필품 부족에 시달리는 국민들이 온건 보수파를 지지하고 있어 이번 총선으로 아흐마디네자드의 권력기반이 약화될 수 잇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 보수파 내 '강경 대 온건' 구도
이번 선거는 보수파 내부의 싸움이다. 현재 집권한 강경 보수파가 압도적 다수를 차지할 것인가, 온건 보수파가 견제의 발판을 마련할 것인가의 선택만 남았다.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이슬람 성직자로 구성된 헌법수호위원회가 반(反) 아흐마디네자드 노선의 개혁파 후보들을 자격심사 과정에서 대거 탈락시켜 보수파의 일방적인 승리가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보수파 내 강경파와 온건파의 균열은 상당히 감지되고 있다. 최근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과의 의견 차이를 이유로 핵 협상 대표직을 사임했던 알리 라리자니가 이끄는 온건 보수파가 서방과의 강경 일변도의 현 정권에 반기를 들면서 국민들의 지지세를 불리고 있다.
개혁파의 득표율도 관심거리다. 개혁파 세력은 모하마드 하타미 전 대통령의 동생 레자 하타미가 이끄는 ‘연합’과 메흐디 카루비 전 국회의장이 이끄는 ‘국민신뢰’으로 나뉘어 있다. 이 가운데 국민신뢰 측은 온건 보수파와 관계가 좋기 때문에 총선에서 약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들은 주로 서방에 대한 개방에 찬성하는 젊은이들과 여성의 지지를 얻고 있다.
■ 정부의 투표 독려, 냉담한 유권자
선거 당일 이란 국영TV에서는 유권자들의 투표를 독려하는 프로그램이 이어졌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방송을 통해 “오늘은 국가의 운명을 결정하는 중요한 날”며 “투표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적(미국)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하는 것”이라며 반미 감정을 이용, 선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보수파인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을 지원함과 동시에 서방에 이란의 결기를 보여주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그러나 유권자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보수파의 득세와 개혁파의 배제로 총선이 ‘맥 빠진’ 선거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앞서 2004년 총선에서 전국 투표율은 50%를 간신히 넘겼고 수도 테헤란의 경우는 40%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저조했다.
국민들의 정치적 무관심은 아흐마디네자드 정부가 서방과의 불필요하게 대립하면서 경제적인 어려움을 자초했기 때문이다. 이란은 풍부한 석유와 천연가스 등을 보유한 국가이지만 일반 국민들은 그 혜택에서 소외되면서 정부에 등을 돌리고 있다.
개표 결과는 15일 오전 투표자가 적은 선거구부터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이며 최대 관심지역인 테헤란에서는 16일께 발표될 예정이다.
김회경 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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