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아 불어라.’
14일 제주 서귀포시 핀크스골프장(파72)에서 열린 유럽프로골프투어 발렌타인 챔피언십 2라운드는 강풍 때문에 예정된 경기 시간보다 2시간 15분 늦게 시작되는 등 제주의 매서운 바람이 선수들을 괴롭혔다.
그러나 강풍을 순풍으로 달랜 선수들도 있었다. 대표적인 예가 프로 8년차 김형태(31), 재미동포 앤서니 김(23), 그리고 세계랭킹 5위 최경주(38). 김형태는 강풍 속에 버디 7개, 보기 1개를 묶어 6언더파 66타의 맹타를 휘둘러 중간합계 9언더파 135타를 기록했다. 단독 선두인 그레임 맥도웰(12언더파ㆍ북아일랜드)에 3타 뒤진 공동 4위로 한국 선수 중에 최고 성적이다. 10언더파를 기록한 지브 밀카싱(인도) 등 2명의 2위와는 1타차.
이날 강풍으로 경기가 지연되면서 오후 조 40여명의 선수가 2라운드 경기를 다 마치지 못한 가운데 일몰로 중단됐다.
김형태는 전반에 탐색전을 펼치다 후반 들어 힘을 냈다. 12번홀까지 1타를 줄인 김형태는 13,14번홀에 이어 16, 17번홀에서 버디를 잡았고 18번홀에서는 10m 거리의 어프로치 샷을 홀에 집어넣는 연속 버디쇼를 펼치며 선두권에 포진, 안방 무대의 자존심을 지켰다. 국내 프로골프 통산 2승을 모두 가을에 올린 ‘가을 사나이’ 김형태가 이른 봄 화려한 외출에 나선 셈이다.
김형태는 “낮은 탄도의 샷을 날린 것과 버디보다 파세이브 위주의 플레이를 펼친 것이 오히려 버디 기회로 이어졌다”면서 “바람을 이용하는 플레이가 좋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틀 연속 ‘노 보기’ 플레이를 펼친 앤서니 김은 후반에만 버디 4개를 잡아내며 4타를 줄여 중간합계 8언더파 136타를 쳐 공동 6위에 자리했다. 앤서니 김은 “바람 때문에 힘든 경기였지만 모든 샷에 집중하고 욕심 내기 보다 파 플레이를 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최경주는 버디 4개, 보기 1개로 3타를 줄여 중간합계 4언더파 140타를 기록, 첫날 40위에서 19위로 순위를 끌어 올렸다. 최경주는 “전날 사용하던 사각 드라이버를 바람에 강한 반달형 드라이버로 바꾼 것이 큰 도움이 됐다”며 “다만 2~3m짜리 버디 퍼트를 몇 차례 놓친 게 아쉽다”고 말했다.
서귀포=정동철 기자 ba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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