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가 정과리(50ㆍ연세대 국문과 교수)씨가 두 권의 비평집을 냈다. <네안데르탈인의 귀환: 소설의 문법> (이하 <귀환> )과 <네안데르탈인의 귀향: 내가 사랑한 시인들ㆍ처음> (이하 <귀향> ). 문학과지성사 발행. 1988년 세 번째 평론집 <스밈과 짜임> 출간 이래 지금까지 써온 작품 비평 중 일부를 시ㆍ소설로 나눠 묶은 것이다. 스밈과> 귀향> 네안데르탈인의> 귀환> 네안데르탈인의>
작품 비평집으론 <무덤 속의 마젤란> (1999) 이후 9년 만인 이번 책들은 제목부터 선언적 면모를 풍긴다. 정씨는 스스로를 ‘네안데르탈인’이라 명명했고, 이번 출간을 ‘귀환’이라 표현했다. 무덤>
그 의미를 밝히는 데 있어 <귀환> 의 서사(序詞)로 실린, 한 고고학자의 책에서 발췌한 짧은 글이 의미심장하다. “네안데르탈인들은 오늘날의 인간의 솜씨와 다를 바 없는 정교한 인공물들을 만드는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중략) 그러나 그들은 오늘날 우리가 늘 하는 바와 같이 보석과 귀걸이를 수집하는 행동은 할 줄 몰랐다.” 귀환>
치장에 관심없는 정교한 수공업자로서 네안데르탈인. 여기에 정씨의 비평관의 핵심이 담겼고, 그는 그것을 ‘공감의 비평’이라고 말했다. “공감은 작품이란 거대한 세계와의 내밀한 대화이자 거친 씨름이다. 삶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려 작품 속에 진입하고, 작품을 더 깊이 느끼려 이론을 쓰다듬는 자세를 취한다는 점에서 육체적ㆍ성애(性愛)적 자세이기도 하다.”
정씨는 요즘 젊은 비평이 “외부를 치장하는데 공들일 뿐 작품 내면에 들어가는 데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라캉, 들뢰즈를 위시한 서구 이론을 먼저 불러세우곤 그에 맞춰 작품을 분할ㆍ재단하는 느낌이 든다는 것.
그는 “작가에겐 자기 작품이 시대를 넘어 보편적ㆍ항구적 텍스트로 읽히길 바라는, 불가능하지만 순정한 열망이 있다”면서 “거기에 가닿는 것이 비평의 최종 목표일 텐데, 최근 비평은 작품 외적인 정치경제, 문화사회적 분석을 앞세운다”고 말했다.
정씨는 이번 책에서 집요할 만큼 정치한 작품 분석, 에세이스트를 연상시키는 섬세한 필치로 ‘공감의 비평’의 입지를 새롭게 다진다. <귀환> 의 첫머리에 놓인 황순원 단편 <소리 그림자> 에 대한 분석글은 평소 정씨의 비평을 어렵다고 여겼던 독자도 찬탄을 아끼지 않을 만큼 명쾌하고도 독창적이다. 소리> 귀환>
행간에 슬몃슬몃 비치는 기미들을 날렵하게 포착, 작가가 은밀히 숨겨둔 의미를 발견하는 과정이 잘 짜인 추리소설을 보는 듯하다. 김수영 고은 황동규 정현종 오규원 등 정씨가 ‘사랑하는’ 시인들에 관한 작품론을 모은 <귀향> 에서도 특정 문예이론에 기대지 않고 오직 합리적 분석만으로 텍스트에 질기게 매달려 얻은-과연 네안데르탈인의 작업다운- 빛나는 작품론을 만날 수 있다. 귀향>
서울대 불문과 재학 중이던 22세(1979년)에 일찌감치 등단, 올해로 평론 활동 30년째를 맞은 정씨는 88년 이후 책으로 묶지 않은 작품 비평을 올해 소설 부문 1권, 시 부문 2, 3권으로 마저 묶을 계획이다.
그는 “<스밈과 짜임> 때까진 비평글이 쌓이는 대로 묶었지만, 이후부턴 몇몇 주제를 정하고 그에 맞춰 평론을 쓰는 방식을 취했었다”며 “90년대 시적 경향을 분석하려던 계획은 <무덤 속의 마젤란> 출간으로 결실을 봤지만, 다른 기획들은 여러 사정으로 흐지부지되면서 글만 쌓여왔다”고 말했다. 무덤> 스밈과>
“다 버릴까도 생각했던 내 게으름의 소산”이라고 정씨는 겸양하지만 이번 책은 물론, 한국 문학을 거시적으로 조망한 글모음으로 2005년 주요 비평상 2개를 받은 <문학이라는 것의 욕망> 까지 그의 20년 작업이 여전히 현재성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문학이라는>
정씨는 한국 서정시, 4ㆍ19세대 평론가, 이인성 이성복씨 등 자신과 ‘문지 2세대’를 함께 꾸린 작가 등을 주제로 한 연구서 출간도 구상하고 있다.
글ㆍ사진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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