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 교육문화위원회가 그제 학원 교습시간 제한을 완전 철폐하는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서울시교육청이 현재 밤 10시까지인 교습 시간을 11시까지로 한 시간 연장토록 한 조례 개정안을 냈더니 시간 제한 자체를 없애버린 것이다.
이에 따라 시의회가 18일로 예정된 본회의에서 이 안을 통과시키면 서울시내 학원들은 야간과 새벽을 막론하고 24시간 영업을 할 수 있게 된다. 결론부터 말하면 시의회는 이 조례개정안을 바로 폐기하기를 권한다.
교육문화위는 현 정부의 정책 흐름에 맞게 규제를 풀고, 학생들의 학습권을 제한하지 않기 위해서 조례안을 통과시켰다고 설명한다. 규제 개혁은 모든 규제를 푸는 것이 아니다. 선진국에서는 노동자의 복지나 가정의 행복을 이유로 슈퍼마켓이나 일부 업소의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현 정부 교육 정책의 가장 중요한 목표 중 하나는 사교육비 절감이다. 학원 영업을 자유화하면 강사들은 야간 수당을 받아야 할 테고 그 부담은 수강생들에게 전가된다. 옆집 학생과 똑같이 학원에 다니는데 내 아이만 남보다 먼저 학원 수업을 끝내겠다고 할 학부모가 얼마나 될까. 그런 걸 학습권이라고 생각하는 발상 자체가 터무니없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대다수 교육ㆍ학부모 단체들이 일제히 반대 성명을 낸 것은 당연하다. 하루 종일 학교 공부 하고 새벽까지 학원에 또 붙잡혀 있어야 한다면 그런 공부가 과연 학생의 창의성과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되겠는가. 청소년 시절은 그저 공부에 절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시간들로만 기억될 것이다.
작년 8월 국가청소년위원회는 “밤 10시 이후 학원 수업 허용은 청소년의 행복추구권 등 기본권을 침해하며, 청소년보호법과 유엔아동권리협약에도 위배된다”며 시ㆍ도 의회에 교습 시간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조례를 개정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청소년의 건전한 지덕체 발달을 꾀해야 할 교육문화위가 특정 업계의 영업의 자유에 그토록 관심을 갖는 이유를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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