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13일 영남권 현역의원을 대폭 물갈이함에 따라 거센 후폭풍이 불어 닥칠 전망이다. 탈락 의원들의 개별적 반발도 문제지만 그보단 친이명박계와 친박근혜계간 내홍이 확산되며 시한폭탄처럼 위험요소가 될 수 밖에 없다.
양대 계파는 '영남권 대학살'을 바라보는 시각부터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친이계 쪽에선 "불가피한 선택 아니었나"라는 반응이 우선이다. 통합민주당이 개혁공천의 여론을 주도하고 있는 마당에 한나라당이 영남에서도 개혁공천의 모습을 보이지 못하면 총선을 망칠 수 있는 만큼 대폭 물갈이는 어쩔 수 없었다는 의미다.
친이측 핵심인사는 "계파적 시각에서 보지 않고 개혁공천 측면에서 공천심사위가 고통을 감수하고 내린 결정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다른 친이 인사는 "굳이 계파를 따진다면 탈락한 의원 중 친이가 친박보다 더 많다"며 "이명박후보 경선 선대위원장까지 지낸 박희태 의원도 탈락하지 않았느냐"고 강조했다.
하지만 친박쪽 움직임은 전혀 상반된다. "대학살 수준"이라고 할 정도로 격앙된 반응이다. 친박 한 핵심인사는 "도대체 살아남은 사람과 탈락한 사람의 차이가 뭔지 기준이 없다"며 "다른 지역 공천까지 종합하면 그야말로 '친박계 초토화'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친박측은 또 양측의 탈락 숫자가 비슷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이라고 지적한다. 친이측 현역이 탈락한 지역구엔 친이 성향 신인을 박으면서, 친박측 현역이 탈락한 지역에도 상당부분 친이측 신인을 공천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친박측 좌장격인 김무성 의원의 공천 탈락에는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친박측은 영남에서 김무성 유승민 두 핵심의원은 살아남을 것으로 예측했다.
이들의 공천 여부가 계파 갈등의 폭발 여부를 잴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특히 친이측에서 "박희태 의원도 탈락하지 않았느냐"고 내세우는데 대해 "박 의원은 원로일 뿐 친박계 내에서 김 의원이 차지하는 역할 비중을 본다면 비교할 수 없다"고 흥분했다.
친박측의 이런 분위기로 향후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불허다. 결국 관건은 친이-친박 갈등의 와중에서 박근혜 전 대표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다. 그에 따라 당의 진로가 결정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 전 대표가 탈당 등 극단적 선택을 한다면 한나라당은 분당으로 치달으며 총선 구도도 회오리에 휩싸이게 된다. 탈당이 아니더라도 공천 문제점을 지적하며 총선지원 사보타지, 불출마 등의 카드를 꺼낸다 하더라도 그 파괴력은 엄청나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어떻게 된 일이냐"고만 했을 뿐 즉각적 반응을 하지는 않았다.
여기에다 탈락한 의원들이 대거 무소속으로 출마할 경우도 한나라당을 힘들게 할 수 있다. 특히 김무성 의원 등 지역 지지세가 상당한 현역들이 무소속으로 나올 경우 영남 총선 판도가 뒤흔들릴 수 있다. 특히 중진들이 많이 탈락한 만큼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의 거취 문제가 다시 논란이 될 가능성도 있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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