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웅 삼성 특별검사팀은 13일 삼성그룹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 중 ‘e삼성 사건’과 관련,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이건희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40) 삼성전자 전무 등 피고발인 28명 전원에 대해 불기소 처분했다.
특검팀은 이날 e삼성 사건 수사결과를 통해 “계열사들의 e삼성 지분 매입이 오직 이 전무의 경제적 손실을 부담하고, 사업 실패로 인한 이 전무의 사회적 명성이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 매입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불기소 이유를 밝혔다. e삼성 사건은 이 전무가 최대주주로 있던 인터넷 벤처회사 e삼성 등 4개 회사가 200억원 이상의 적자가 나자 2001년 3월 제일기획 등 9개 삼성 계열사가 이들 회사의 지분을 매입, 손실을 보전해 줬다는 의혹이다. 참여연대는 2005년 10월 이 전무와 계열사 임원들을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특검팀은 “구조조정본부(현 전략기획실)가 e삼성 설립과 운영, 지분 처분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할 수 없다”고 말해 구조본이 계열사의 e삼성 지분 매입 과정에 개입했음을 인정했다. 그러나 “계열사들이 자체적으로 투자 적정성을 검토한 뒤 이사회 등 정상적인 내부 의사결정 과정을 거쳤고, 매수 주식의 가치평가를 통해 적정 가격에 주식을 산 만큼 배임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는 “특검이 구조본의 개입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계열사의 자발적 결정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모순이자 면죄부 수사”라며 항고 의사를 밝혔다.
한편 특검팀은 이날 삼성 전략기획실장인 이학수 부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재소환, 불법 승계 의혹과 김용철 변호사가 주장한 정ㆍ관계 로비 의혹 등을 조사했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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